이동국(22ㆍ포항ㆍ185cm)과 ‘리틀 이동국’ 박정환(24ㆍ안양ㆍ178cm)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동국과 완전 닮은 꼴로 올해 혜성처럼 등장한 ‘리틀 이동국’ 박정환은 20일 전남전에서 선제골을 뽑아 팀의3_2 승리를 이끌어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을 지켜냈다.이처럼 정규리그 막판 안양의 수직상승은 박정환(24)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2군에 머물다 8월 1군에 가세한 박정환은 14경기에서 9골, 2도움의 폭발적인 골감각을 선보이며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박정환은 20일 전남전에서전반5분 최원권의 프리킥을 헤딩슛, 선제골을 뽑아냈고 1-1로 쫓기던 후반5분 골에리어 안에서 상대의 노련한 수비수 마시엘로부터 페널티킥을 유도,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요즘 “이동국 아니냐, 사인좀 해달라”는 소리를 자주 들어 별로 기분이 좋지않다는 박정환은 항상 긴장하는 자세로 남보다 한발 더 뛴다는 것이 목표. 군입대까지 생각할 정도로 좌절을 겪다가 “후보가 더 중요하다”는 조광래감독의 지론에 따라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단 한번의 기회를 낚아챈 박정환은 득점선두와 2골차여서 막판 역전도 노려볼 수 있다.
반면 이동국에게는 또 한번의 고비가 찾아왔다. 유럽진출 실패 후 계속된 부진에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도 탐탁치 못한 평가를 받은 이동국이 이번에는 병역비리라는 새로운 덫을 만나 심각한 정신적 충격까지 받게 됐다.
1998년 신체검사 당시 아버지 이길남씨가 병무청 직원에게 돈을 준 사실이 검찰수사결과 밝혀져 20일 아버지가 불구속 기소됐기 때문이다. 포항구단은 “이동국이 이 사건이 터지자 도리어 구단에 물어왔다”면서 “사실 자체를 몰랐던데다 아무런 이익을 얻은 것도 아니어서 별다른 후속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동국이 이에 따른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숙소에 머물고 있는 이동국은 나이도 어린데다 원래 주위의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성격이어서 겉모습과 달리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 특히동계훈련 부족으로 스피드, 체력이 떨어지면서 히딩크로부터 혹평을 받았고 정규리그의 성적부진(15경기에서 2골, 1도움)으로 자신감까지 잃은 상태에서이 같은 일이 터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황선홍 최용수 등 선배들과 힘겨운 주전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동국이 다음달 세네갈 등과의 대표팀평가전에서 또 다른 시련을 이겨내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