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테러 사건에도 불구,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19일 전망했다. 이는 그동안 미국의 ‘안하무인격’인 대외정책이 반테러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협력이 절실해짐에 따라 완화되거나 수정될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과는 다른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이 연구소의 존 치프먼 소장은 이날 세계 군사력 현황에 관한 연례보고서 ‘군사균형 2001~2002’ 출간에 맞춰 기자회견을 갖고 “조지 W 부시 정부는 자기방어를 위한 행동을 할 때 국제기구들에 의한 제약을더욱 받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지난 한 달여간 국제적인 반 테러 연대구축에 노력하면서도 근본적으로 일방주의적 접근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이는 미국 주도의 국제연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시 정부는 밀린 유엔 분담금을 지불하기로 했음에도, 전통적 의미에서 다자 외교를 받아들이지 않고있으며, 기존의 국제조약에 대한 애정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MD)계획과 관련, “대 테러 전쟁으로 정책 우선성 문제가 검토되겠지만 미국 방위예산에서 차지하는 MD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만일 유럽 지도자들이 아직도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이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라고 주장할 경우 미 행정부는 테러공격이 발생한 9월 11일 그들은 다른 행성에 있었다고 의심할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테러 사건후 옛 소련이나 중국이 아닌 국제 테러리즘과 테러지원국을 새로운 적으로 규정했다”며 “이로 인해 기존의 동맹 및 적대관계가 재구성되면서 심지어 동맹국간에도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있으며,이 관계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테러 문제는 앞으로 냉전처럼 국제관계의 기본 골격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적을 찾기 힘든 이번 전쟁은 그러나 냉전보다 더욱 힘겨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새로운 국제환경은 서구의 많은나라들로 하여금 방위비와 안전확보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토록 할 것이며 이민과 망명, 시민적 자유보장 문제에서 더욱 보수적인 정책을 펴도록 할것”이라고 말했다.
위베르 베드린 프랑스 외무부 장관도 18일 미국은 테러 사건에도 불구, 세계무대에서 더 충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지만 외교정책은 여전히 일방적이라고 지적했다. 베드린 장관은 이날 의회 외교위원회에 참석,“다원주의를 추구하는 미국의 모습은 없다”며 “미국은 사안에 따라 동맹을 결성하며, 특정한 기능에 따라 대상과 참가자를 결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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