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 2,3번 출구를 나서면 폭 10여㎙의 내리막 길이 한 눈에 들어온다.잘 정돈된 일방통행 도로 양 옆으로는 제법 큰 키의 가로수들이 ‘자연천막’을 이루고 있고 그 뒤편에 오밀조밀 들어선 크고 작은 상점들로 몰리는 행인들의 눈길엔 호기심과 부러움이 잔뜩 묻어있다.
저 멀리 살짝 모습을 드러낸 이화여대 정문에서는 하교길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서울 최고의 패션거리, 젊음의 거리로 알려진 ‘로드?贅?의 총본산인 이대앞 길이다.
■'여인천하'에서 남녀노소의 거리로
이대 앞길은 원래 여성 패션의 대명사였다. 아직도 이 길을 따라 여성들을 위한 업소들이 밀집해 있다.
여성의류점과 구두점이 한집 걸러 하나씩 차지하고 있고 핸드백가게와 액세서리점, 화장품가게, 미용실 등 ‘머리에서 발끝까지’ 미(美)를 위한 각종 업소 200여곳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천국으로 일컬어지던 이곳에도 수년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로변은 여전히 ‘여인천하(女人天下)’가 유지되고 있지만 대로와 연결된 5곳의 골목길은 더 이상 여성들의 전용공간이 아니다.
남성복 및 정장, 넥타이점에서 아동복 한복점까지 남녀노소를 위한 패션백화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게다가 골목상점이 활성화하면서 구두거리, 의류거리 등 골목별로 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구두·의류·미용 전문거리
지하철역에서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제1골목은 '구두의 거리'. 초입부터 신발냄새가 진하게 풍겨온다.
신사ㆍ숙녀화에서 운동화, 등산화, 아동화 등 10여곳의 구두점이 밀집해 있다. 브랜드 구두나 고급 운동화는 없지만 값도 저렴한 데다 품질면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상점 주인들은 입을 모은다.
다음 골목은 ‘의류의 거리’. 각종 신사복에서 숙녀복, 정장 캐주얼의류 등이 가득하다.
의류골목답게 최신 유행곡들이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이곳에도 유명상표는 좀체 찾아보기 힘들지만 스타일만큼은 오히려 백화점 고가 옷들을 압도할 정도로 첨단을 달린다고 한다.
제3의 골목은 미용실 거리. 장고호 뮤즈 이숙헤어케어 인토끼헤어 헤어드레서 헤어박스제이제이 등 이름에서부터 ‘가위손’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미용사 김모(32)씨는 “이전에는 여성손님 일색이었으나 최근에는 가족단위로 쇼핑을 나왔다가 아빠 엄마 아이들이 함께 미용실에서 머리를 매만지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라고 변화하는 이대앞 풍속도를 설명했다.
■곳곳에 다양한 음식점 및 노점
골목을 서너군데쯤 돌아다니다 보면 당연히 ‘금강산도 식후경’. 네번째 골목이 그런 고민을 해결해 준다. 그린하우스라는 유명 제과점을 필두로 우동 돈까스 분식점 커피?? 카페 과일전문점 등 먹자골목의 양상을 띠고 있다.
통행로를 가로막고 서 있는 여러 개의 포장마차에서도 어린 아이들 입맛에 맞는 각종군것질 거리가 즐비하다.
이대앞 길의 마지막 골목은 차량이 통행하는 ‘대로급(大路級)’이다. 차량과 함께 행인들이 뒤섞여 조금 복잡하지만 상대적으로 도로 폭은 가장 넓직해 비교적 거리정돈이 잘 돼 있다.
이 길은 ‘청바지를 예쁘게 찢어 드립니다’라는 광고문구가 걸려 있을 정도로 ‘뜯고박고 집’ ‘이대수선’ 등 의류 수선집들로 시작한다.
미스(MISS)의 거리에서 청춘남녀의 거리, 여기서 온 가족이 함께 쇼핑을 즐길수 있는 패션의 거리로 거듭나고 있는 신촌 이대앞 길. 새마을 신촌(新村)은 그래서 항상 새롭기만 하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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