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법관이 유죄가 인정된 형사 피고인에 대해 소송비용을 부담토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서울지법 형사4ㆍ5ㆍ6 단독 재판부를 맡고 있는 윤남근(尹南根)ㆍ김대웅(金大雄)ㆍ김정원(金正元) 판사는 19일 “형사소송법상 소송비용은 피고인이 반드시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데도 이를 활용하지 않아 왔다”며 “앞으로 4~6단독 재판부에서 유죄가 인정된 모든 피고인에 대해 이 조항을 적극 활용, 국선변호인 비용 등 소송비용을 지급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대웅 판사는 이날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하모(38) 피고인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며 “재판과정에서 나왔던 증인 2명에 소요된 비용을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형소법 186조는 ‘형의 선고시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한다. 다만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으로 소송비용을 납부할 수 없는 때는 부담시키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송비용에는 국선변호인, 증인, 감정인, 통역인, 번역인 등의 비용이 포함된다.
김대웅 판사는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측이 소송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이미 일본에서는 활성화한 제도”라며 “소송비용을 국가가 지급하는 것은 결국 죄를 진 사람의 비용을 세금으로 대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피고인의 권리 침해, 이중처벌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도형(金度亨) 변호사는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이 재판에서 다투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하므로 결국 재판 받을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대화(鄭大和) 변호사도 “유죄가 인정되면 실형, 벌금형 등이 선고되는데 이때 소송비용까지 내도록 하는 것은 이중처벌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법에 규정돼 있지만 좀더 신중하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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