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취재하기 위해 상하이(上海)에 출장 온 기자는 두 번 놀랐다.뉴욕을 옮겨놓은 듯한 푸동(浦東)의 마천루에 경악했고 인구가 1,674만 명이나 되는 데도 별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의아 했다.
중국 정부는 APEC 기간동안 상하이의 모든 관공서 은행 회사 학교 음식점 술집의 문을 닫게 했다. 대부분 도로의 통행을 제한했으며 상하이의 구 시가지와 푸동을 연결하는 다리도 통제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8일 상하이에 도착했을 때 푸동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도로는 몇 시간이나 통제돼 다른 차량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상하이 시민들은 중국 정부의 통제에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통제에 익숙한 탓도 있지만 완벽한 안전,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중국 정부만큼 중시하고 있는 듯 했다.
시민들의 일상 생활까지 제한한 중국 정부의 조치는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비판의 대상이다. 그러나 아름답기까지 한 푸동의 휘황한 야경은 비판 보다는 걱정과 위협을 느끼게 했다.
경제 규모가 더 커지고 민도가 높아지면 통제의 정치가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는 '기대'도 할 수 있지만, 현재는 중국 정치의 안정성과 국민의 에너지가 결집돼 엄청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엄연한 현실이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어느 한 나라 버겁지 않은 상대가 없다. 특히 중국의 성장은 숨이 막히는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수없이 많은 크레인들로 가득한 푸동의 전경에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오버랩 시키면 걱정은 더해진다.
국가의 방향에 대한 성찰도, 비전도 없는 정쟁을 민주주의라고 자위할 수 있을까. 여야 국회의원 모두를 푸동으로 초대하고 싶은 심정이다.
/상하이=이영성 정치부 차장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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