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 와킬 무타와킬 아프가니스탄 외무부 장관을 비롯한 탈레반 온건파에 대한 파키스탄 군정보국(ISI) 회유공작의 내막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무타와킬의 파키스탄 비밀 방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최근 파키스탄에서 반미 강경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파키스탄-아프간 방위협의회의 사미 울하크 의장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사미 울 하크는 탈레반 양성학교라고 할 수 있는 마드라사의 원조인 ‘아코라 코탁’를 운영해온 이슬람계 원로 중의 원로다. 탈레반 각료중 여러 명이 그의 제자이며 아코라 코탁을 중퇴한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특히 그의 부친인 압둘 하크는 50여년 전 다를 울름 하콰니아를 창설해 지금까지 10여만의 졸업생을 배출한 탈레반의 이념적 지주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미 울 하크는최근 ISI 관계자들과 만나 아프간의 초토화와 탈레반의 전면 붕괴를 막기 위해 오마르를 중도 하차시킨다는 데 합의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이슬라마바드의‘더 뉴스’도 울 하크의 이름은 적시하지 않은 채 “북서변방주(NWFP)에서 가장 큰 이슬람 학교를 운영하며 탈레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종교지도자가 ISI의 공작에 협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소식통 및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무타와킬의 비밀 방문에는 마울라비 잘라누딘 하콰니 변방지역담당 장관도 동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하콰니 장관은 무타와킬 장관과 함께 탈레반 정권에서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한 소식통은 “파키스탄 정보 당국의 비밀공작은 아직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탈레반 정권의 분열 등 가시적인 성과를 논의하기는 이르다”며“미국의 지상군 투입 등 향후 1~2주 내 아프간 상황이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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