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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성남시민 무작위 추출 면담석 확인…"여론조사 용지도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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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성남시민 무작위 추출 면담석 확인…"여론조사 용지도 못봤다"

입력
2001.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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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가 분당구 백궁ㆍ정자지구 쇼핑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용도변경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본보의 현장 확인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또 본보가 단독 입수한 성남시의 여론조사 용지에는 한 사람이 수십명의 이름, 주소,찬성 여부 등을 동일한 필체로 쓰거나, 몇 세대별로 필체를 조금씩 달리한 것으로 드러나 여론 조작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본보 취재팀이 성남시가 1999년 12월 용도변경에 앞서 여론조사를 했다고 주장하는 주민 9만여명 중 무작위로 추출한 45명을 직접 면담한 결과, 41명이 서명은 물론 여론조사 용지조차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직접 서명한 4명 중 2명도 백궁ㆍ정자지구 용도변경에 대한 여론 조사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응답했다.

성남시 상대원동 선경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37)씨는 “부인과 단 둘이 살고있는 데, 시가 여론조사를 했다는 1999년 12월과 이듬해 1월엔 나는 해외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본보 취재팀이 제시한 여론조사 용지에대해 “집 사람이 내 이름으로 서명할 리도 없고 글씨체도 집 사람 것이 아니다”라며 “한 사람이 수십 명의 ‘찬성’을 모두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모(38)씨는 “조잡하게 조작된 서명지에 내 이름과 사인이 버젓이 올라 있다니 황당하고 찝찝하다. 최근 수년간 여론조사에 응한 적이 전혀 없다”며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취재팀이 만난 선경아파트 거주 서명자 28명은 모두 6~8년째 살아오고 있으나“백궁역 용지 용도변경 여론조사에 대해 서명한 적도, 여론조사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누군지 몰라도 남의 이름을 함부로 도용해 여론을 조작한 것은 범죄”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원구 상대원1동에서 오랫동안 부동산업을 해온 김모(62)씨는 “왜 내 가족의 이름이 한꺼번에 쓰여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백궁지구 여론 조사를 한 사실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상대원1동 1900번지 대의 통장 Y씨는 “당시 시청인지 동사무소에서인지 직원이 나와 설문 용지를 주고 여론조사를 부탁해 내가 직접 사람을 만나 서명을 받았다”고 말했으나, Y씨가 서명을 받았다는 이모씨 등은 이를 부인했다.

직접 여론 조사용지에 서명을 했다는 한동연(韓同姸ㆍ45ㆍ상대원1동 1369의4)씨는 “통장이 찾아와 동 발전을 위한 것이니 서명을 해달라고 해 서명란에 날인했다”면서 “백궁지역 용도변경 설문조사인줄 알았다면 찬성하지 않았을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당시 주민의견 수렴 차원에서 통반장 등을 통해 실시했기 때문에 현장에서이뤄진 일은 알 수 없다”며 “또 이 의견서가 법적인 효력도 없기 때문에 굳이 조작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성남시 여론조작 백태

성남시가 분당구 백궁ㆍ정자지구 용도변경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한 주민여론 조작수법은 실로 다양하다. 성남시민모임 등에 따르면 공무원과 일선 통ㆍ반장으로 구성된 여론조사 찬성서명 독려반이 운영됐는가 하면, 고교생 아르바이트생이 급우들에게서 서명을 받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일부 건축업자들은 광고기획사에 의뢰, 서명 1개당300원씩에 도급을 주기도 했다.

성남시민모임 관계자는 "일부 조사지를 보면 50명 단위로 같은 필체가 반복되고 있다"며 "당시 공무원 1인당 50명씩 서명을 할당받았다는 소문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는 설문내용을 속이는 기막힌 수법도 동원됐다. 주민들은 “일부 통반장들이 여론조사에서는 러브호텔 건립에 대한 찬반을 물은 뒤 이를 용도변경에대한 찬반 답변으로 둔갑시켰다”며 “때문에 찬성일색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성남시가 당시 주민들이 여론조사 용지에 적은 의견을 찬반으로 분류한 방법도 상식이하였다. 용도변경에 ▦용적률을 훨씬 낮춰야 한다 ▦러브호텔 시설이 들어서면 안된다 등 찬ㆍ반 어느쪽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의견을 모두 찬성으로 처리했다. 명확한 ‘반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찬성으로 분류한 것이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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