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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런 검찰, 저런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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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런 검찰, 저런 정치권

입력
2001.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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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주식분쟁 사건 고소인과 담당 부장검사의 대화 녹취록은 오욕에 찬 이 나라 검찰과 헌정 역사에서도 희귀한 발굴 자료로 기록될만 하다.검찰 조직이 얼마나 썩은 관행에 젖었으며, 타락한 정치와 정치인들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이처럼 생생하게 증언하는 기록도 드물다. 어떤 거짓 변명을 하더라도 국민은 부패의 악취에 역겨움을 느낀다는 사실부터 깨달아야 한다.

문제의 녹취록은 단순히 특정 사건에 얽힌 검사와 정치인의 분별없음과 비리의혹을 폭로한 것이 아니다.

검찰과 정치가 본분을 망각한 채 거꾸로 법치를 희롱하는 절망적 현실에 대한 통렬한 고발이다. 검찰 간부가 사건 진정인과 술자리를 갖고 수사 상황을 소상하게 일러 준 것은 그 고발의 계기를 제공한 데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검찰과 정치권의 타락한 공생 관계가 법치와 사회 정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이다.

녹취록은 검찰 구성원과 기업인의 어두운 유착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부 검사와 업자들이 금전적 지원과 비호 세력 역할을 맞바꾸는 타락상을 스스로 실감나게 증언하고 있다.

이러니 분쟁 당사자들이 저마다 힘 센 배경과 연줄을 찾아 법정 밖에서 백방으로 뛰는 세태가 변함 없는 것이다.

조폭을 동원한 주식 강탈혐의를 받은 피의자측 변호인으로 여당 원내총무가 등장한 것은 이 녹취록의 핵심이다.

변호인 선임계를 언제 냈는가는 의미가 없다. 여당 중진이 변호사 겸직을 빌미로 부장 검사조차 감히 맞설 수 없는 외압을 느낀 상황에 한 몫 했다는 의혹은 정치권이 법치를 짓밟는데 앞장 서고 있다는 인식을 굳혀주기에 충분하다.

하찮은 폭행사건 당사자들이 공연히 검찰과 정치권 배경을 들먹이고, 이들에게 발목 잡힌 검찰 간부가 검찰 요직 인사에까지 정치권 외압이 작용한다고 핑계 댄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국민이 보기에 녹취록은 법치 구현을 본분삼은 이들이 온갖 추잡한 결탁과 힘겨루기와 타협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현실을 압축한 것이다.

분별없는 언행을 녹취당한 부장검사의 사표로 썩은 치부를 가릴 수는 없다. 권력 측근까지 거론되는 의혹을 모두 밝힐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정치권과 검찰이 온통 사기꾼ㆍ 깡패들과 연결됐다는 현직 부장검사의 발언이 과장됐다면, 진상 규명과 문책과 겸직제도 개선에 나서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그게 이 땅의 검찰과 정치에 갖는 마지막 미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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