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과 긴장이 소설의 본질 이젠 3세계 소설만이 희망"“세계 소설의 일반론은 소설의 형성과 변천을 세계적인 범위에서 논의하는 소설사론이어야 합니다.”
세계문학 속의 한국문학을 자리매김하는 데 몰두해온 조동일(62) 서울대교수가 새 저서 ‘소설의 사회사 비교론’(전3권ㆍ지식산업사 발행)을 펴냈다.
‘소설의 사회사 비교론’은 세계 소설사를 사회사와 철학사를 원용해 비교ㆍ분석한 저서로, 세계 문학 이해의 새 이론을 탐구하는 11권 분량의 작업 가운데 9권째이자 각론의 마지막권이다.
조교수는 내년에 총론격인‘세계문학사의 전개’와후년에 ‘세계문학사 연구총서 총색인’을 출간할 예정이다.
조교수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제1세계, 러시아 등지의 제2세계, 아프리카 등의 제3세계로 세계를 나눈다.
그는 소설의 본질에 대해 “특정 계급의 것이 아닌 두 계급 이상의 경쟁적 합작품”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근대 이후 유럽사회는 귀족과 시민의 대결에서 시민이 승리, 경쟁적인 성격이 상실됐다. 이에 따라 자아와 세계의 대결구조가 와해되면서 소설의 본질적 요소가 빠져나갔다.
그렇지만 제3세계는 아직껏 대립과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조교수는 “이제부터는 제3세계의 소설이 희망”이라고 말한다. 소설의 시대는 끝났다고 하는 제1세계의 논자들의 주장은 틀렸다는것이다.
그는 서구 중심적 시각으로 문학을 바라보는 관점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작품을 제1세계의 범주에서 파악하려는 것은 소설이 끝났다는 나라들의 주장에 동참하는 것”이라면서 “제3세계의 시선에서 작품을 바라보게 되면 문화적 역량과 의식의 각성에 대한 전망이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저서는 1977년 ‘한국소설의 이론’을 내어 놓으면서 소설의 개념과 발생의 문제를 고찰할 때 구상했던 것”이라고 조교수는 설명한다.
새 저서에서 그는 기존 소설 이론의 쟁점을 분석하는 한편, 소설작품의 실상을 파헤친다. 그는 소설의 생산ㆍ유통ㆍ소비및 소설에서 문제가 되는 신분과 계급, 소설에 나타난 남녀 관계와 소설에서 추구한 의식의 각성 등을 두루 살핀다.
그의 소설 사회사를 떠받치는 철학은 생극론(生克論). 그가 주장하는 생극론은 ‘정-반-합’의 헤겔 변증법 대신 제시하는‘발전-쇠퇴-생성’이라는 과정이다.
저자는 “광범위한 이해와 지식의 균형을 취한 다음 세계 지도를 그려야 한다”고 전한다.
그는 “근대 학문의 특징은 ‘전문화’라지만, 우리나라는 서양보다도 더 전문화된 듯 싶다”면서“현재로선 지나친 전문화의 틀을 부수어야 전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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