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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게장 딱지 결혼후 처음 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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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게장 딱지 결혼후 처음 먹네"

입력
2001.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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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맛있는 게장이 나왔다. 마지막 남은 등 껍질, 그 안에 있는 노란 알에 누가 밥을 비벼 먹을 것인가. 서로 양보하다가 한 친구에게 딱지를 넘겼다."결혼한 후 게장 딱지 처음 먹네" 라고 그 친구가 말했다, 모두 웃었다.

며느리이고 아내이고 어머니인 여자가 어떻게 게장 딱지를 차지하겠는가. 어렸을 때 할머니나 어머니가 게장 딱지에 비벼주는 밥을 맛있게 먹은 이후로 게장 딱지와는 인연이 없었을 것이다. 다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결혼한 후 거의 1년 동안 숟갈로만 밥을 먹었단다. 시댁 어른들 모시고 식사할 때는 아예 젓가락을 들지 말라고 친정어머니가 당부하셨거든. 젓가락을 들면 이것 저것 맛있는 반찬을 집게 된다는 거야. 숟가락으로 먹을 수 있는 건 김치국물 밖에 없으니 얼마나 밥 먹기 힘들었겠니."

남편도 눈치를 못 채고 있는데, 어느날 시아버지가 "아가야. 너는 젓가락 쓸 줄 모르니?"라고 물어보셨다고 한다.

대답을 못하고 있으니까 시어머니가 "저희 집에서 그렇게 가르쳐 보낸 게지"라고 대신 대답해 주셨다고 한다.

시아버지는 화를 내셨고, 그 다음부터는 일일이 반찬을 며느리에게 권해서 민망한 가운데 반찬을 좀 먹었다고 한다.

우리들 자신의 옛날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요즘도 시집가는 딸에게 "당분간 젓가락을 들지 말라"고 당부하는 어머니가 있을까. 딸은 그 말을 듣고 어떻게 반응할까.

"무슨 몬도가네야" 라고 빽 소리지르지 않을까. "며느리의 인권을 뭐로 보는 거야"라는 거센 항의도 물론 나올 것이다.

우리 친구들 중에서 딸에게 그런 당부를 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사십여년 전 어머니들의 가르침을 새삼 소중하게 회상했다.

비단 시집살이에 대한 가르침 뿐이 아니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함께 식사할 때 맛있는 음식을 어른보다 먼저 집어 가거나 혼자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그렇게 배웠기에 우리가 오늘 날 이 정도라도 어른을 공경하고, 노인 세대와 젊은세대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 많은 한국 가정의 식탁 풍경은 어떤가. 맛있는 반찬은 으레 아이들차지고, 아예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식단을 짜기도 한다.

노인을 모시고 있는 집에서도 할아버지나 할머니보다 아이들 우선인 경우가 많다. 입시준비 과외공부 등으로 아이들이 과중하게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큰 이유다.

젊은 부모들은 식탁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식탁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어려워하고 먼저 배려하도록 배우는 것은 어른 세대를 존경하는 첫걸음이 된다.

최근 유니세프가 발표한 동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청소년 의식조사 결과를보면 '연장자에 대한 존경심'이 가장 낮은 나라가 한국이다. '위인'에 대한 존경심도 가장 낮다. 이것은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오늘의 젊은 부모도 미래에는 노인세대가 된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존경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미래에 닥쳐올 자신들의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노령사회로 접어들었으나 노인에 대한 관심은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난 날의 가정교육 목록 중에서 되살릴 가치가 있는 것 들을 찾아내야 한다.

시댁 어른들 앞에서 젓가락을 들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은 무리지만, 어른들을 어려워하던 그 마음을 바라봐야 한다.

윗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은 모든 인간에 대한 따듯한 마음으로 이어진다. 우리시대가 잃어버린 가장 중요한 덕목을 되찾아야 한다.

/ 발행인 ms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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