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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불량국가는 바로 미국 너희들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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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불량국가는 바로 미국 너희들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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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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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국가 / 노엄 촘스키 지음 / 두레 발행‘깡패 국가(rogue states)’라는 말이 있다.

국민을 탄압하고 폭력을 휘둘러 인근 국가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나라를 일컫는다.

미국 정부가 쿠바, 이란, 이라크, 북한 등의 나라를 규정한 용어이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적 언어학자ㆍ철학자이자 현대미국에 대한 강력한 비판적 지성인 노엄 촘스키(73ㆍMIT 교수)는 그러나 ‘깡패국가’라는 용어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스스로를 국제 질서에 구속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국가’도 깡패로 분류된다. 당연하게도 유일 초강대국이 돼버린 미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촘스키는 ‘깡패’라는 단어를 누그러뜨려 번역된‘불량 국가’라는 제목의 책 서두를 이처럼 깡패 국가에 대한 두 가지 분류로 시작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

테러 사태로 이슬람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촉발됐고, 인류사의 중요한 구분 기준이 되어온 전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제 미국의 속내에 주의를 기울일 때가 됐다. 미국의 야만을 폭로한 촘스키의 저서 ‘불량국가’가 의미를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숙명의 트라이앵글’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미국의 횡포를 고발했던 촘스키의 작업은 바로 지난해 나온 이 저서에서도 이어진다.

그는삐딱한 시선으로 미국을 비난하는 대신 서방 언론이 제쳐 놓았던 사건들을 파헤쳐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댄다.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침공이한 가지 사례다.

1975년의 침공 직후 동티모르에서는 두 달 동안 6만명이 살해됐다. 침략과 살육 행위는 1999년까지도 이어졌고, 전 주민의 85%인 75만명이 추방됐다.

미국이 절친한 친구인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를 지원한 결과이다. 국내외의 압력이 거세지자 미국은 마침내 인도네시아의 장군들에게 게임이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고, 인도네시아 군부는 동티모르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언제라도 보이지 않는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촘스키는 말한다.

최근의 ‘테러와의 전쟁’ 같은 미국의 행위는 낯선 것이 아니다. 미국은 40여년 동안 쿠바에 대한 경제 전쟁을 지속해왔다. 처음으로 쿠바 위협론을 제기한 역사학자 아더 슬레진저는 케네디 대통령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자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카스트로 사상이 퍼져 나간다면, 이는 현재 다른 지역에서 인간다운 삶의 기회를 요구하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자극할 지도 모른다.”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 유럽연합은 미국이 쿠바에 대해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는 것이 WTO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그러나 WTO의 법적 관할권도 거부했다. 쿠바가 미국을 정복할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 황당한 이유는 미국 국내에서도 수긍되기 어려운 것 같다. 미국 인구의 3분의 2가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1995년 미국 전략사령부는‘탈냉전 시대의 전쟁 억지에 관한 보고서’에서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대응책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생화학무기와 달리 핵무기에 의한 극단적 파괴는 효력이 즉각적일 뿐 아니라 그 파괴력을 막기 위한 방어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핵무기는 언제 어떤 위기나 충돌에 대해서도 가공할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렇지만 현재 미국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탄저균 같은 생화학 테러는 약자들의 무기라고 촘스키는 말한다.

핵무기는 그저 존재를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자아낸다. 강대국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도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것이다.

올해 노벨평화상은 “더욱 체계화하고 평화스러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공로로 유엔(UN)이 수상했다.

수상소식이 전해졌을 때 촘스키는 코웃음을 치지 않았을까. 그는 유엔이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일찌감치 지적했다.

1930년대부터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서 비토(veto)권을 앞장서서 남용했고, 유엔총회의 투표 양상도 마찬가지였다.

촘스키에 따르면 “국제기구가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지못할 때 그러한 국제기구가 존재하도록 내버려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 미국의 일반화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전쟁 중인 나라 미국의 봉사 기구 유엔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니 촘스키의 눈에는 희극으로 보였을 것이다. 장영준 중앙대 교수 옮김.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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