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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교무실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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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교무실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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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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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나 가져가요….’ 교사들에 대한 성과급이 은행계좌를 통해 지급된 지난 12일 서울의 O초등학교교무실. C등급을 받은 젊은 교사가 교장 앞에 불쑥 나타나 평가기준 공개를 요구하다 거절 당하자 성과급이 든 봉투를 집어 던졌다.이 교사는 성이안 풀린 듯, 교무실 책상 위에 덮힌 유리까지 깨며 한동안 소란을 피웠다.

같은 시각, 서울 관악구의 한 고교. “성과급은 교장ㆍ교감에게 잘 보인 순서나 다름없다. 성과급 평가기준을 전면 공개하고 사과하라.” 한 교사가 쓴 ‘대자보’가 교내에 나붙자 교정은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대입을 앞 둔 한 학생은 “우리들이 싸우면 나무라는 선생님들이 요즘은 더 한다”고 얼굴을 찡그렸다.

요즘 교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다. 교실 붕괴에 이어 교단이 무너지고 있다. 성과급 파동은 교단붕괴의 한 단면일 뿐이다.

촌지 수수 등을 둘러싼 교사 세대간 갈등, 교육당국과 교단의 대립, 전교조 회원과 비회원 간의 반목이 심화하는 와중에 중등교사의 초등교사 임용과 성과급을 놓고 ‘교사 대 교사의 투쟁’ 양상까지 빚어 교단의 분열상은 치유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 성과급은 교육테러?

“성과급은 교사 사회에 대한 교육부의 ‘교육테러’다. 성과급 지급 이후 교무실 분위기는 자조, 질시,반목 등으로 엉망이 됐다.”(서울 M초 K교사)

요즘 일선 학교들은 공정한 기준 없이 등급에 따른 성과급이 지급되면서 바람 잘 날이 없다. 하위등급을 받은 교사가 동료교사는 물론 교장과 교감을 공개석상에서 비난하고, 교사들간에 삿대질이 오가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경기의 A중 J교사는 “나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선배 교사가 ‘새파랗게 어린 게… 평소 교감과 친하더니다 이유가 있었군’하고 대놓고 면박을 주더라”면서 “수업 안 바꿔주기, 잡무 맡기기 등 괴롭히기까지 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종로구 S여고는 진통 끝에 올해는 호봉순, 내년은 역호봉순으로 합의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교내 갈등이 워낙 심각해 아직 성과급 지급을 위한 등급평가도 못한 학교가 서울에만 20여개교 이상.

서울 영등포구 Y고 교감은 “교사들이 노ㆍ소, 남ㆍ녀 별로 나뉘어 유리한 기준을 세우려고 회의 때마다 고성이 오가고 회의 중 나가버리는 교사까지 나오고 있다”며 “내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등급을 제대로 못 받은 교사에게 몇 십만원 쥐어 주고 끝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 동작구 S고 교감은 “교육청에서 왜 교사 성과급 순위명부를 올리지 않느냐고 재촉하는데 교사간다툼은 갈수록 심해져 차라리 옷을 벗고 심정”이라며 “교사들을 평가해 돈 몇 푼 더 쥐어주겠다는 교육부 정책이 야속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 법정 싸움으로 비화

교단의 반목은 급기야 법정으로 까지 비화하고 있다. 성과급 기준을 납득하지 못한 교사들이 속속 학교에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고, 17일에는 한 교사가 교육부를 상대로 성과급지급결정 취소 및 2,500만원 위자료 요구 소송까지 냈다.

교무실 붕괴 현상이 도를 넘어서자 성과급 지급에 찬성하던 교사나 A등급 교사까지도 ‘성과급이 원흉’이라며반납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18일까지 성과급을 반납한 교사는 전국 4만6,000여명(170억원)으로, 전교조는 27일 연가투쟁에 교무실 붕괴를 우려한 교사들이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초ㆍ중등은 자존심 대결

성과급 파동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와중에는 이번에는 중등교사와 초등교사의 자존심 싸움이 ‘전쟁’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교육부의 교원수급 예측 실패에서 비롯된 중등교사의 초등교사 임용 방침이 그 도화선. 이 다툼은 예비 교사인 교대ㆍ사범대생간, 그리고초ㆍ중등 교사간 대립으로 번지며 또 다른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초등교사의 전문성은 찍어내기식 1년 연수로는 채울 수 없다”,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더 유능하지 않느냐”는 전문성 공방부터, “교대가 수능점수가 더 높다”는 등 몇 년 전 수능성적까지 거론하는 감정대립까지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1999년 교육부가 기간제 교과전담 교사로 초등교사에 임용된 4,000여명 중등교사 자격증소지자들은 바늘방석에 앉은 심경이다.

중등교사자격 소지자인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는 “중초 임용 논란이 빚어진 후 교대 출신 동료 교사들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낸다”며 “이 사건이 교사간 질시와 반목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 교육청의 장학사는 “교사들에게 마땅한 대우를 하지 않은 교육당국과 자기위상 찾기에 실패한 교사들의 공동책임”이라며 “교육의 완전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교육정책이 교단과 교사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한 교사의 편지

교사 성과급 C등급을 받은한 여교사(25ㆍ경기 성남시 분당구 A중)가 최근 학생들에게 교사의 고뇌를 담은 편지를 보내 시선을 끌고 있다. 이 편지에는 교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자괴감, C등급에 대한 원망과 자책이 가감없이 쓰여 있다. 다음은 편지 내용.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우선 부끄럽고 미안하단 말을하고 싶구나. 2년 전 선생님이란 이름표를 달고 처음 너희 앞에서 한 말이 “스스로 낮추고 나눌수 있는 사람이 되자”였는데 요즘 나를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의 모습이 너희에게 모범이 되지 못하는 것 같구나.

추석연휴 전후로 학교가 한창술렁일 때 너희가 물었었지. ‘성과급 제도’가 뭐냐고. ‘선생님들의능력과 업적을 점수와 순위로 매겨 잘한 순서에 따라 돈을 주는 제도’라고 차마 너희에게 말해줄 수 없었단다.

또 며칠 전교무실에서 성과급 문제를 두고 선생님들 끼리 큰소리를 내는 모습을 너희가 봤다는 걸 알고는 한동안 얼굴을 들 수 없었어.

우리학교 선생님들의 등급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공개돼 괴로웠을 땐 너희의 위로가 가장 큰 도움이 됐단다. ‘선생님은 우리한테‘A’인걸요’, ‘점수나 돈은 중요한게 아니라고 말씀하셨잖아요. 힘내세요’ 등 너희가 전해준 쪽지들을 읽고 내가 선생님이 된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단다.

그건 너희를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워내고 싶기 때문이었어.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배울 수 없는 사랑,화합,이해 같은 가치들을 가르쳐 주고 싶었단다.

이제 선생님은 학교와 너희를 지켜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거야. 그 과정에서 또다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선생님의 참뜻을 이해하고 지켜봐줄 수 있겠니.

너희 앞에 부끄럽고 싶지않은 선생님이.

■정부 교육정책 실패학 교과서?

‘교육정책은 ‘실패학 사전’인 것 같아요.’ 11일 교사성과급 지급 등에 항의하는 조퇴투쟁에서 나온한 교사의 푸념이다. 현정부 들어 교육당국이 내놓은 교육정책들은 거의 예외없이 교사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해 있다.

전교조 외치는 구호만 봐도 교육당국과 교사들간 반목의 깊은 골이 그대로 드러난다. 전교조의 주요 주장은 7차교육과정 반대에서부터 ▦자립형사립고 반대 ▦교원성과급 반대 ▦중등교사 연수 후 초등교사 임용(중초임용) 반대 ▦영재학교 반대 ▦기간제ㆍ시간제교사반대 ▦사립학교법 개정 ▦교육재정 확보 등 10여가지.

수습교사제, 학부모 교사평가제, 수석교사제, 학생 담임선택권, 촌지거절 교사 인사특전제 등이 이미사실상 무산됐고, 자립형사립고도 빈사상태임을 감안하면 최근 교육정책은 어느 한 가지 제대로 집행된 것이 없는 셈이다.

전교조와 교대생들이 ‘조퇴ㆍ연가투쟁’및 ‘동맹휴업’으로 맞서고 있는 성과급, 중등교사의 초등교사 임용도교육부의 논리가 궁색해 교육정책 실패 시리즈에 합류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성과급의 경우 교육부는 ‘최하등급 미지급’, ‘최하등급도 지급’ 등 기준을 완화한 끝에 성과급으로볼 수 없는 수당화 카드까지 내밀며 ‘땜질’을 계속하고 있다.

▦객관적 기준 미비 ▦학부모 불신 및 교사사회 불신 ▦계약연봉제 전단계 의혹 등쟁점에 대해서는 ‘구체적 평가기준은 교육청이나 교장에게 문의하라’거나 ‘지나친 걱정’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다.

전교조 이경희(李京喜)대변인은 “교육이나 교원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검증되지 않은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들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중등교사의 초등교사 임용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 15일 “확정적 조치가 아니라 초등교원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검토 중인 안(案)중 하나입니다”는 공문을 내며주춤한 상태. 교육부가 이처럼 우와좌왕하면서 난산끝에 시행되고 있는 교원정년 단축을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일고 있다.

99년 교원정년이 65세에서 62세로 감축된 후 올 상반기까지 당초 교육부 예측의 4배인 2만2,000명의 초등교원이 교단을 떠났다. 이로 인한 초등교원 부족현상도 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7월 내놓은 학급당 학생 수 35명을 맞추려면 2003년까지 교대 졸업생을 모두 임용해도 4,700명이 부족하다.

교원단체총연합 황석근 대변인은 “초등교육의 전문성을 훼손시키면서 교육당국의 (교원수급예측) 실패작을 감추려 한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교육당국과 교단이 결코 원하지 않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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