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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범죄소설은 자본주의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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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범죄소설은 자본주의의 거울"

입력
2001.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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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살인 / 에르네스트만델 지음 / 이후 발행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추리,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파이 소설 등 여러 형태의 범죄소설이 빠지는 법이 없다.

전세계인들이 범죄소설을 읽는다. 범죄소설은 왜 인기가 있을까. 그것을 원하는 사회적 수요는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변해왔고, 자본주의 사회구조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트로츠키주의자 또는 맑시스트 경제학자로 유명한 에르네스트 만델(1923~1995)이 쓴 ‘범죄소설의 사회사’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범죄소설의 발전 과정은 범죄 자체의 역사를 반영한다. 부르주아 사회의 역사는 사유재산의 역사인 동시에 사유재산의 부정 곧 범죄의 역사다. 결국 범죄소설의 인기는 부르주아 사회가 범죄사회이기 때문이 아닐까.

만델은 범죄소설 애독자였다. 그는 질릴 만큼 많은 작품을 읽고, 그것을 자본주의 사회 구조와 연관시켜 분석하고 있다.

맑시스트 경제학자의 외도처럼 보이는 이런 작업은 “범죄소설은 단순한 현실도피성 오락물이 아니며, 범죄소설의 인기는 사회적현상”이라는 점, 또한 “역사유물론은 모든 현상에 적용될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한다”는 신념에서 출발한다.

만델은 자본주의 사회가 범죄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개인범죄가 조직범죄를 거쳐 국가범죄로 나아가는 역사를 추적한다.

또 범죄소설이 단순 범죄에서 익명화한 범죄로, 다시 살인 자체가 목적인 ‘즐거운 살인’을 그려나가는 과정을 차례차례 보여준다.

여기서‘즐거운 살인’은 범죄소설을 읽는 독자의 쾌락이기도 하다. 살인을 저지르는 것보다는 살인에 대해 읽는 게 안전하니까, 범죄소설을 통해 폭력의 대리만족을 얻는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말을 빌자면 소외된 자들의 아편인 셈이다. 만델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범죄소설은 ‘부르주아 사회의 질병으로 고통받는 중간 계급을 위한 부르주아의 치료제’다.

독자들은 이제 아무리 끔찍한 범죄를 그린 소설을 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것은 죽음의 물신화에 따른 결과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죽음은 재앙일 뿐, 더 이상 숭고한 철학적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책은 역사유물론을 문학 비평에 적용한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맑시스트답게 만델은 범죄소설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는 사회비판적 범죄소설도 그것이 악당과 영웅의 개별적 대결에 머무르는 한, 다시 말해 사회적 의식을 빼먹는 한, 대중의 참된 해방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한다. 이동연 옮김.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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