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다는 기대는 하지도 못했습니다. 솔직히 ‘비겨도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어요.”8월 18일. 안양 LG와의 데뷔전을 앞둔 부천 SK의 최윤겸(39) 당시 감독 대행은 눈앞이 캄캄했다.
조윤환 감독의 사퇴로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게 됐지만 4경기 연속 무승에 팀분위기는 어수선했고 선수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부천은 6경기 무패를 달리던 안양을 2-1로 꺾고 올 시즌 원정 경기 첫 승을 거두는 감격을 맛봤다.
그 후 2개월 뒤. 그 사이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뗀 최윤겸 감독은 ‘본인의 우려와는 달리’ 아직까지도 져 보질 못했다. 12경기 연속 무패(5승7무).
전력보강이 전혀 없는 상황서 최윤겸감독이 거두고 있는 무패행진은 올 시즌 정규리그의 최대 미스터리로 꼽힌다. 정규리그 우승을 다투고 있는 성남과 안양은 남은 부천과의 맞대결을 변수로 생각할 정도로 두려운 상대가 됐다.
최감독은 물론 코치, 선수들 모두 부천의 상승세 비결에 대해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궁금증은 더욱 늘어난다.
최감독 부임 이후 변한 것이라고는 경기 전날 순발력 배양 훈련 대신 패싱 연습을 늘린 정도. 최 감독은 “연습 경기를 10분 줄이고 전술적 움직임을 위해 항상 공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선수들에 대한 최감독의 세심한 배려는 팀 플레이 향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 이충호 GK코치는 “선수 기용이 항상 평등하고 경기를 못뛴 선수들은 친형처럼 일일히 챙겨 주는 스타일”이라고 최감독의 지도스타일을 평가한다.
또 미드필더 이을용은 “팀 전력에 변화는 없지만 매 경기마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최감독이 하프타임에 주문하는 내용이라곤 ‘이긴다는 생각말고 편안하게 연습한 대로만 하라’는 것.
자신감이 붙을 때도 됐지만 최감독은“아직도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은 채 10%도 안된다”며 손사래 친다.
내년 시즌 목표에 대해 “일단 게을러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는 최감독은 사소하지만 팀 성적을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 정확히 깨닫고 있는 지도자이다.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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