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집권 탈레반 붕괴 이후 차기 정권 구성을 둘러싼 갈등이 미국의 공격 진척도와 맞물려 점차 첨예화하고 있다. 당초 미국과 영국 등은 자히르 샤(86) 전 국왕을 중심으로 한 거국정부 구상을 추진해왔고 북부동맹도 처음엔 이에 합의했었다. 하지만 탈레반 정권 붕괴 가능성이 가시화하자 서로 득실을 계산하며 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1973년 왕좌에서 ?i겨나 이탈리아에 망명중인 샤 전 국왕측은 탈레반 이후 최고평의회를 구성한뒤 과도정부를 이끌면서 일종의 국회인 ‘로야 지르가’를 소집, 국가재건문제를 논의한다는 구상이었다.
최고평의회는 샤 전 국왕을 수반으로 아프간 반군들인 북부동맹측 50명과 샤 전 국왕측 50명, 그외 양측이 합의한 별도20명 등 120인으로 구성된다. 샤 전 국왕측은 16일에도 미국측과 접촉을 계속하는 한편 파키스탄에도 특사를 파견하는 등 정권인수 준비를 서두르고있다.
북부동맹은 그러나 같은날 갑작스럽게 이 같은 합의를 번복, 샤 전 국왕 보다는 유엔 등이 합법적인 수반으로 인정하고 있는 부르하누딘 랍바니 북부동맹 대통령이 과도정부를 직접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타지키스탄 두산베에 있는 아프간 대사관의 모하제딘 메흐디는 이날 이 같은 주장을 펼치면서 “로야 지르가의 구성을지지하고는 있으나 앞으로 2~3년간은 소집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카불 점령이 눈앞에 보이는등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북부동맹이 마침내 속내를 드러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북부동맹은 이와함께온건파이든 강경파이든 탈레반측 인사들은 이 과정에서 전면 배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제사회는 소수 타지크족들이 중심인 북부동맹이 아프간을 장악할 경우 변화를 이끌만한 능력이 없으며,과거와 같은 내전과 혼란이 되풀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이유를 들어 북부동맹 집권에 제동을 걸고 나온 나라가 파키스탄이다.집권 탈레반과 유일하게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인구분포에 따른 다민족 권력분점을 들고 나왔다.파슈툰족이 차기정권의 중심이 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즉 탈레반 온건파들과 샤 전 국왕측,북부동맹,아프간 난민 대표 등이 함께 참여하는 다민족 연정이 구성돼야 한다는 주장이다.이처럼 이해가 상충되자 각 계파별 대표들은 20일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회동을 갖고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한다.
홍윤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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