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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그린 '스마일퀸' 정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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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그린 '스마일퀸' 정일미

입력
2001.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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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의 아쉬움, 웃음으로 털어내야죠"'올 시즌 2위만 다섯번한 정일미, 남은 3개대회에서는 어떻게 될까'--

‘그래도 한번은 우승할것 68%(102명)’ ‘그동안 못한 것 몰아서 2번 우승 9%(13명)’ ‘여자미켈슨, 또 2위할 수도 16%(24명).’

골프 인터넷사이트 골프스카이(golfsky.com)가 홈페이지에 올린 설문내용과 17일 오전에 뽑아본 중간결과다.

응답자 149명중 77%에 달하는 115명이 한 차례 이상의 우승을 점친다. 올들어 우승 한번 못했어도 정일미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뜻하다.

고영분 골프스카이 편집장은 “우리 사이트에선 수시로 ‘여자프로중 누가 우승하기를 바라는 가’하는 문제를 내는데 국내선수중 1위는 언제나 정일미프로”라고 말했다.

정일미(29ㆍ한솔CSN). 프로 6년차의 한국 최고의 여자프로골퍼. 뭐니뭐니 해도 정일미의 트레이드마크는 변치 않는 해맑은 미소. 그의 웃음에는 여리면서도 싱그러운 기운이 배 있다. 흔히 대중스타들이 연출하는 표정 관리용과는 거리가 멀다.

30줄의 경계선에 서 있어도 여전히 사춘기 소녀의 풋풋함이 피어나는 것은 정이 듬뿍 담긴 눈매, 가지런한 하얀 치아의 청순한 마스크와 어우러진 무공해 웃음때문일 게다.

최근 SBS프로골프최강전 여자부 결승 연장전에서 패했을 때도 그는 웃음을 잃지않았다. “너는 속도 없니. 지고도 히죽거리게.” 아버지 정경한(67)씨가 이따금씩 한마디 쏘아붙이지만 돌아오는 대답 역시 ‘모나리자의 미소’다.

“볼이 제대로 안 맞는 날은 저라고 왜 화가 안나겠습니까. 그렇다고 성질을 부린다면 오히려 정신만 흐트러지고 상대에게는 은밀한 여유를 주는 역효과 밖에 더 나겠습니까. 웃으면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동시에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털어냅니다.”

정일미는 지난 2년 연속 국내 대회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챙긴 상금여왕이다. 예전같으면 벌써 몇차례 우승컵을 안아봤을 테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준우승만 5번. 그중 3번은 연장전 패. 골프팬들의 관심은 우승자보다 오히려 정일미에게 쏠리고 있다.

‘정일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가’하고.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대회마다 나름대로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전반기에는 평소 해보고 싶었던 플레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기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후반기에는 절제하는 플레이로 임하고 있을 뿐입니다.”

귀가 따갑도록 들었을 결혼문제를 넌지시 꺼내봤다. 예상대로 손사래를 몇번 치다 말을 꺼냈다. “골프가 너무 좋아 결혼 후 예상되는 희생을 감내할 자신이 없습니다. 아직 선 한번 보지 않았습니다.”

재차 속내를 독촉하자 “결혼은골프보다 100배나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모나 학벌보다 직업에 충실하고 자부심이 강한 남자를 만나고 싶은데 시즌 때는 대회에 매달리고, 다소 여유가 있을 때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상대를 만나기가 쉽지가 않네요.”

“후덕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을 텐데 불만은 없습니까. 요즘 여성들은 섹시해 보인다는 말을 더 좋아한다고 하던데.” 또 한번 심사를 살짝 건드려봤다. “물론 섹시해 보이면 더 좋겠지만 그게 맘대로 됩니까. 주변에서 인상이 좋다며 편안하게 대해줘 후덕하다는 말도 싫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결코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이 정일미의 전부는 아니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완벽주의자’라고 평한다. 성격이 예민한 데다 옳고 그름을 철두철미하게 가른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넉넉한 만큼 싫은 사람은 평생 안 볼 정도로 차갑고 자존심이 강하다.

‘스마일 퀸’ ‘먹순이’ ‘곰돌이 푸’…. 모두 정일미의 별명들이다. 정일미는 자주 입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스타일이다. 동료나 선후배들이 연습에 한창 몰두하고 있는데도 툭하면 “뭐좀 먹고 하자”며 분위기를 깬다. 먹순이는 그래서 붙은 별명이다.

그는 또 일단 잠이 들면 8시간이상 꼼짝하지 않는다. ‘곰돌이 푸’ 역시 이에 연유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본래 피부가 하얗기도 하지만 관리를 거의 하지 않는데도 피부가 거칠어지지 않는 까닭은수면량 때문 일 것”이라며 ‘잠 예찬론’을 편다.

취미생활도 의외다. 만화광. 어머니(이정자ㆍ59)에게 정신연령을 의심 받으면서도 대회가 끝나면 액션물 30권 정도를 한꺼번에 빌려 독파한다. 만화는 단순하면서도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준다는 게 이유이다.

“저도 미국에서 뛰어보고 싶죠. 그러나 골프는 욕심만 가지고 되는 운동이 아닌 것 같습니다. 시기를 못박기보다 먼저 내년에 일본무대부터 두드려볼 생각입니다.” 정일미는 26~28일 제주 핀크스GC에서 열리는 현대증권여자오픈에서 또한번 팬들의 뜨거운 눈길을 모으게 될 것이다.

●프로필

-생년월일 1972.1.15

-출생지 부산

-프로입문 1995.7.4

-학력 부산 송도초등-은하여중-공예고-이화여대

-신장 및 체중 164㎝ 60㎏

-드라이버 비거리 240야드

-프로경력 통산 4승, 1999, 2000년 상금왕

글 남재국기자

jk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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