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자율이 언제까지 모든 대학인의 지정곡처럼 반복되어야 하는가. 대학생들의 민주화 투쟁= 국가안위 저해 식으로 인식되던 권위주의 시대 유물인 통제가 왜 사라지지 않는가.신입생 선발, 국공립 대학 인사 재정 회계 등 학사행정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과연 대학의 발전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기능하고 있는가.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살아남을 유일한 방도는 경쟁력뿐이라는 말이 강조될 때마다, 우리는 왜 수십년 묵은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창립 55주년을 맞은 서울대에서 새삼스레 이 문제가 제기된 것은 우리 고등교육의 고질병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 증거라 할 것이다.
이기준(李基俊) 총장은 기념사를 통해 정부의 통제와 간섭이 대학 발전을 저해하는 큰 ‘족쇄’라고 말했다.
2005년까지 서울대를 세계 40위권 대학으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우수교수 유치, 입시제도를 비롯한 학사제도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율성이 없어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푸념이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경직된 정부예산 회계제도를 들었다. 획기적인 예산지원 없이는 우수인력 확보와 연구환경 개선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인데, 독자적인 수익사업이나 발전기금 모금까지 제약 받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는 서울대가 국내에서 가장 앞서가는 대학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세계무대로 눈을 돌리면 그 위상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미국 연구중심 대학들과 비교할 때 서울대는 학술지 수, 도서관 장서, 도서구입비 등에서 최하위 수준을 맴돌고 있다.
정부와 대학당국의 노력으로 과학기술 논문 색인(SCI) 순위는 세계 73위로 기록돼 최근 크게 비약했지만 인문계는 점점 퇴보하고 있다. 특히 순수학문 분야가 고사위기에 처한 것은 국가적인 문제로 제기된 지오래다.
자율성 제약의 상징은 입시제도의 통제다. 수능과 내신성적 반영비율을 정해주고, 어떤 형태로든 본고사는 안 되며, 학부제로 모집하라는 식의 통제가 오래 계속되는 동안 서울대 학생들의 실력은 계속 떨어졌다.
우수학생과 교수 인력의 이탈현상도 같은 추세다. 이런 문제가 서울대 한곳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한국 교육의 불행이 있다.
대학이 알아서 잘 하도록 조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큰 틀이 바뀌지 않는 한, 대학의 불만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통제와 간섭은 잘 못하는 곳에 국한하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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