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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韓日관계 추락만은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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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韓日관계 추락만은 막아야

입력
2001.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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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독립투사의 영령들이 지키고 있는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옛 서대문형무소)에서 거듭 사죄와 반성을 표하였다.아마도 지금까지 일본이 표명했던 어떠한 사죄 표현보다도 가장 진전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우리들은 과거사와 관련한 한일간의 문제가 터질 때마다 일본의 사죄 표명 수위를 놓고 한일관계를 평가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사죄와 반성의 표현 수위가 낮아서 문제였다면, 이번 고미즈미 총리의 사죄 표명으로 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죄의 표명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일본의 실천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을 두고, 국내에는 온통 부정적 입장뿐이다.

그의 즉흥적인 말 하나 하나에 쌍심지를 켜고 흠을 들쳐 내고 싶은 강력한 의심이 우리에게 존재한다.

이번 방문이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는 비난이 있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처음으로 우리 땅에 와서 우리가 왜 그토록 분노하는가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또 독립열사들의 혼이 서린 서대문 형무소도 방문했다. 비록 그의 방문이 우리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한일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한다는 점을 일본총리가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일본은 현재 명치유신 직전과 패전 직후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일본은 어떤 선진국들도 경험한 적이 없는 최장의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으며, 국민들은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버블 경제 붕괴가 초래한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90~97년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년 분에 해당하는 약 11조1,700억 달러의 자산이 사라졌다. 이는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잃어버린 10년'에 비유되는 일본판 '잃어버린 10년'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사이에 좌절의 탈출구로서 민족주의 의식이 확산되고, 정치권도 이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 교과서 왜곡 등 우경화 경향은 일본의 정치경제에 대한 자신감 상실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

과거를 미화하고 일본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우월감을 강조함으로써 자신감 부족을 감추려 한다는 것이다.

활력을 잃은 일본 사회에 국수주의적 접근을 통해 내부개혁을 위한 새로운 활력을 창출하려는 지배세력의 의도가 존재한다.

일본 정국에 있어서 일정부분 국수주의적 움직임이 돌출되고 있지만, 왜곡 역사교과서가 국민들에게 철저히 외면 당했다는 사실은 일본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가 상당히 성숙되었음을 말해준다.

우리는 일본의 보수 우경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일본이 진로가 건강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것에 우리의 이익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일반적이나, 고이즈미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개혁 성패는 우리에게도 중요성을 갖는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적지 않은 부분 일본경제의 침체에 연관되어 있다. 일본경제가 장기적인 침체에서 벗어나 활력을 찾는 것은 우리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긍정적 환경의 조성으로 연결된다.또한 고이즈미 내각이 추진하는 개혁방향은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재정적자, 연금 등 다양한 문제 해결에 있어시 사점이 많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의 우호와 협력관계는 양국의 번영은 물론 지역의 번영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기로 한 상황에서 양국관계가 '날개 없이 추락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본다.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은 추락을 막는 실마리를 제공한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사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한국내의 뿌리깊은 의심을 해결하는 길은 말보다 구체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윤덕민 외국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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