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실시될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한나라당 인사들이 연일 토해내는 주장을 보고 있자면 "정치란 무혈(無血)의 싸움"이라고 한 마오쩌둥의 말이 생각난다.16일에만 해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민주당의 불법선거운동이 계속되면 선거를 포기하겠다고 말하자, 그 직후 민주당 대변인은 불법선거운동주장은 적반하장이고 선거포기발언은 고도의 선거전략이라고 반박했다.
이 시점, 두 당은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평상시보다 더 치열한 '무혈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minjoo.or.kr)은 '선거열세에 속타는 야당…'이라는 글, 한나라당(hannara.or.kr)은 '동대문을 재선거 불법타락…'이라는 글을 싣고 있다.
또, 두 당은 대변인의 이름으로 상대당과 그 후보를 철저히 공박하는 글을 여러 개 띄워놓고 있다. 대변인 역할을 상대당 비난에 둔 형국이니 대변인들 처지가 딱하다.
그런데 뜻밖이다. 14일과 15일 한낮에 둘러본 동대문구을과 구로구을의 중심거리는 조용하다. 재선거가 있는 곳답지 않게 선거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독자의 제보에 따르면 동대문구을의 장안평역 광장에서는 대형 멀티미디어 차량에서 느닷없이 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영되고 구로구을의 신도림역에서는 출근시간이 되기 전부터 확성기로 선거운동 노래가왕왕 울려댄다지만 그곳의 한낮 풍경은 조용하기만 하다.
선거벽보에 각별히 눈을 모으는 이도 없다. 큰 사거리에만 선거관리위원회가 내건 현수막들만이 재선거를 알리는데, 투표율이 저조할 것을 염려한 구호 "10월25일 꼭 투표합시다"가 각별히 눈에 들어온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번 재보선에 곱씹어야 할 것이 있다. 재보선에 드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으며 국민이 그 비용을 다 감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인식이다.
중앙선관위(nec.go.kr)자료에 따르면 이번 재보선에 드는 선거관리비용은 18억원이 넘는다. 합동연설회개최, 선거공보, 투ㆍ개표관리인력 비용, 후보자에게 주는 보전비용이 합쳐진 것이다. 각 후보의 선거비용까지 합치면 액수는 수십억 원이 된다.
재선거는 전부, 보궐선거도 일부는 국회의원 당선자의 '선거범죄'로다시 치러지는 선거이므로, 재보선은 없을수록 좋다.
그에 드는 직접 비용과 간접사회비용은 그저 소모되는 것이다. 일반 공무원도 선거관리지원에 나서야 하고 정치인들은 정치와 국회를 잠시 잊고 후원연설에 나가야 한다. 구로구을의 김한길 후보 18일 연설에는 45명의 연설원이 동원된다니 알 만하다.
시민참여연대의 손혁재 협동사무처장은 적어도 두 가지는 개선하여 재선거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것을 제안한다.
재선거가 과열되지 않도록 정당들이 총력을 기울일지 말 것, 부정행위를 한 후보와 그 소속정당에 책임을 물을것. 이번 재보선을 내년 대선의 예비전으로 간주하는 정당들 귀에는 그저 바람소리겠지만 국민 귀에는 잘 들리는 제안이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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