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하나만을 들고 사람을 웃기는 세남자.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를 패러디한다.홈쇼핑채널에서 보듯 외국 통신판매 광고를 맛깔스런 개그로 소화한다. KBS2 ‘개그콘서트’에서 9월초부터 선보인 코너 ‘갈갈이 삼형제’ 박준형(26), 이승환(25), 정종철(24)이다.
‘갈갈이 삼형제’에서의 압권은 맏형인 박준형이 유난히 도드라진 앞니로 무를 갈아대는 것. 엽기적이다.
“시류를 탔죠. 요즘 젊은 세대들은 ‘엽기’문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으니까요.2, 3년 전만 해도 먹는 것으로 장난친다고 엄두도 내지 못했을걸요.”
그러면서 그는 큼지막한 두 앞니를 내보인다. ‘개그콘서트’의 책임프로듀서인 양기선 PD가 이들이 처음 제안했던 ‘패러디 보이스’ 대신에 ‘갈갈이’라는 이름을 붙여줄 정도로 그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금까지 3,000개 정도의 무를 갈았을까. 수박 메론 참외도 갈 정도로 그의 앞니는 강력하다.
이름은 낯설지만 얼굴은 익숙하다.1997년 KBS 개그맨 공채 13기로 데뷔한 박준형과 이승환은 짧다고도 길다고도 할 수 없는 무명세월을 견뎠다.
코미디보다는 교양, 오락프로그램의 리포터나 VJ로 활동했다. “오랫동안 개그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고 털어놓으며 “언더 경력이 있는 실력파”라고 너스레를 떤다. TV에서 개그를 못하는 대신 대학로에서 98년부터 꾸준히 개그공연을 해왔다.
“물론 최민수 같은 연예인들 모사도할 수 있죠.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흉내내잖아요.” 남들이 하지 않는 개그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항상 붙어살다시피 하는 박준형과 이승환은 우연히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마술쇼를 보다가 장난처럼 성우를 흉내내게 됐다. 성우 패러디 개그의 모태다.
그리고 소리를 내는데 남다른 재능이 있던 후배 정종철(공채 15기)을 끌어들였다. 인터뷰 재연이나 유머러스한 남자 목소리는 박준형이, 느끼하다 싶은 여자 목소리는 이승환이, 묵직한 사회자 톤이나효과음은 정종철이 맡는다. “성우 목소리만 들으면 누구에게 더 어울릴까부터 고민합니다.”
2분짜리 코너가 한 달 만에 4분으로늘어났다. “아직은 단련이 더 필요하다”는 겸손이 보기 좋다. “사람들이 상상하면서 웃을 수 있는 개그를 하고 싶어요.”
/문향란기자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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