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난 소동4월 프랑스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한 여자 때문이었다. 이름은 ‘아멜리에’ 검은 두 눈에 검은 단발머리. 튀어나온 볼이 우스꽝스럽다. 걸음걸이도 조금 이상하다. 그러나 볼수록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자.‘플란다스의 개’의 배두나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사랑을 찾아 몽마르트르 언덕을 누비며 행복을 감염시키는 그 여자를 보러 23주 동안 800만 명이 극장으로 몰려왔다.
그 덕분에 프랑스는 우리보다 훨씬 높은 자국영화 시장점유율 55%라는 기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인기는 영국에까지 알려져 개봉 첫 주말인 10월 5~7일 영국에서 개봉된 역대 프랑스 영화 중 최고 흥행기록(82만 달러)을 세웠다.
아니 우리의‘엽기적인 그녀’나 ‘조폭 마누라’ 보다 더 센 여자가있었다니. 도대체 아멜리에(오드리 토투)가 누구야?
#2.별난 여자
나요? 청바지 보다는 치마를 즐겨 입는 여자예요. 그래야 정숙해 보이니까. 애정결핍, 고집불통의 군의관인 아버지가 나를 심장병 환자로 만들어 어릴 때부터 혼자 지냈어요. 학교 구경도 못 했어요. 오랜만에 느끼는 아버지의 손길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심장병’ 으로 착각한 돌팔이 아버지.
어느날 신경이 쇠약한 어머니가 노트르담 성당에서 추락 자살하는 사람에게 깔려죽었어요. 억세게 재수 없었죠.
설상가상 유일한 친구인 금붕어마저 ‘신경쇠약증’에 걸린 듯 어항에서 튀어나와 자살하더군요. 이상하게도 엄마가 사준 카메라로 찍기만 하면 그 사람은 사고를 당해요.
이웃집 아저씨가 ‘네가 사탄이기 때문에’라고 말해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나중에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중계를할 때, 지붕에 올라가 TV 안테나를 조작해 분풀이를 했어요.
내 직업은 몽마르트르 작은 카페의 웨이트리스.
깜깜한 극장에서 뒤돌아 사람들 표정 구경하기, 키스 장면에서 바퀴벌레가 벽을 기어가는 ‘옥의 티’ 발견하기, 이 순간 몇 쌍이 오르가슴을 느낄까 상상하기가 내 취미죠. 그런데 상상이나 했겠어요.
영국 다이애나비가 교통사고로 죽던 날, 내 인생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게 될 줄을. 우연히 집에서 발견한, 구슬과 장난감 군인과 빛 바랜 사진이 담긴 40년 된 낡은 보물상자.
갑자기 주인을 찾아 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기쁨이란 이런 것이구나. “누군가에게 행복을나눠주고, 남을 돕는 것이 인형과 노는 것보다 낫다.”
‘고독의 성’을 나오자 갑자기 바빠졌죠. 남자가 그리운 카페의 담배가게 아줌마 수잔느와 단골 손님을 맺어주고, 바람 나 떠난 남편을 원망하며 사는 관리실 아줌마에게 남편 이름으로 편지를 보내 미움을 씻어주고, 야채가게 청년 루시앵을 구박하기만 하는 사장을 골려주고. 나는 수호천사.
수호천사에게도 사랑이 찾아왔어요. 어느날 지하철 플랫폼에서 만난 니노(마티유카소비츠)가 내 심장을 뛰게 했어요.
‘1분 포토’ 기계 밑을 열심히 뒤지는 정체불명의 남자. 그런데 그 니노도 참 별난 남자예요. 도대체 뭘 찾으려고 매일 밤 사람들이 찢어버린 사진들을 주워 모으는지.
알고 보니 글쎄 어릴 때 근처에 살던, 나와 똑같이 상상이나 하고 사는 아이였다나요. 그와 사랑요?
물론 성공이죠. 사랑의감정을 가지고 나서 훨씬 예뻐졌다고요? 모두가 장 피에르 주네 감독 덕분이죠.
#3. 별난 감독
1991년 인육을 먹는 타락한 미래의 인간들로 세상의 지배구조를 풍자한 ‘델리카트슨’으로 데뷔한 프랑스의 별난 감독 장 피에르 주네.
그가 우울한 판타지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와 ‘에이리언 4’를 거쳐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한 여자를 빚어냈다. 그 여자는 등장인물과 관객을 행복하게 해주고는 자신도 행복을찾아간다.
어둠에서 밝은 햇살로 걸어 나온 듯 감독은 자신의 판타지를 사용한다. 때문에 강렬하고 극대화한 이미지와 기발한 상상력조차 유쾌하고 짜릿하다.
감독의 섬세한 손길, 정확한 리듬과 감각이 작은 일상과 심리조차 무심코 지나치지 않게 한다. 그것들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찾아드는 아멜리에의 행복. 관객도 그 행복에 전염될 수밖에 없다. 올해 체코 카를로비 바리영화제 그랑프리수상작이다. 19일 개봉.
/이대현기자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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