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계일류로 키워야 할 상품은 과연 무엇일까.전자·IT(정보기술) 같은 첨단산업으로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걸자는 주장도 있는 반면 투자위험이 높은 첨단기술보다 섬유기술 같은 중간기술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고유문화에 기반을 둔 문화상품을 육성해 세계브랜드로 키우자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첨단기술이든 중간기술이든 그것이 우리문화와 얼마나 연관성이 있느냐를 살피는 노력이 논의에서 빠진 것이다.
한국문화를 기반으로 한 상품의 세계시장 진출에는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해결해줄 전령사가 바로 '출판산업'이다.
한국의 문화와 문학작품을 세계인이 향유하고, 외국어로 번역된 한국의 책이 뉴욕타임스,아마존, 르몽드의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시대가 열린다면?
IT산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만만치 않다. 특히 컴퓨터와 인터넷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한국의 IT 콘텐츠는 세계적 경쟁력이 있다.
1,000만 명이 넘는 네티즌의 냉혹한 평가를 거쳐 살아남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는 세계시장에서도 통한다.
이 과정에서 IT출판산업도 국제경쟁력을 갖추고있다. 2000년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책의 발행종수와 부수가 3년 연속 감소하고 있지만 과학기술 분야는 전년대비 14.5%나 성장하고있다.
특히 웹디자인 분야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네티즌이 홈페이지를 직접 제작,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웹디자인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시켰고 관련 도서의 수준도 세계시장에서 인정 받고있다.
한국에서 2만원 대에 판매되는 책이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6만원 대(50달러내외)에 판매돼 저작권료 수익도 3배에 달한다. 위기에 빠진 한국 출판산업의 활로를 엿볼 수 있다.
박경리의 소설, 서정주의 시, 정경화의 음반…. 이런 문화상품이 한국 문화를 세계인의 가슴에 심게 된다면 우리 국격(國格)은 그만큼 높아진다.
최근 4년간 서점의 20%가 문을 닫고 등록출판사의 10%만이 신간을 출간하는 등 쇠락하는 출판산업의 활로도 수출을 통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출판인 스스로 한국의 문화와 기술을 세계인의 가슴에 아로새기는 신선한 기획, 공격적 해외마케팅에 눈을 돌려야 한다.
물론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문화예산 1% 시대라면서 국내도서의 해외출판 지원정책은 유명무실하다.
엄청난 규모의 벤처지원 펀드가 조성됐지만 해외출판지원 펀드는 없다. 출판업계와 정부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상진 영진닷컴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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