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33명이 사법행정 시스템을 전면 비판하고 사법개혁 모임을 결성, 파문이 예상된다.각 개인이 헌법기관인 법관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도 이례적인데다 비록 서명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공동회의의 결성취지에 공감하는 법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자칫 또하나의 ‘사법파동’으로까지 비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15일 발족한 법관공동회의는 ‘이용호 게이트’ 등 부정부패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데도 사법부가승진 시스템에 발목이 잡혀 법질서를 확립하지 못하고 법원의 실질적인 민주화를 확립하지 못했다는 자성에서 비롯됐다.
공동회의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법위기의 한 원인은 법관이 책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 원인의 상당부분은 사법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동회의가 가장 힘주어 지적하고 있는 것은 법관인사의 관행. 사법연수원 성적순으로 법관의 서열이 생겨나고 차관급인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로 인해 수많은 중진 법관이 중도에 탈락, 제대로 신분보장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승진에서 탈락하면변호사로 나가게 되는 현 제도 하에서는 법관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에 전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임을 주도한 문흥수(文興洙) 부장판사는 “법관이 양심에 따라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법관 개개인이 아니라 국가의 기틀에관한 문제”라며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있는 변호사나 선배법관출신 변호사를 상대로 제대로 재판할 수 있으려면 법관에 대한 철저한 신분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 부장판사는고위 법관 또는 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대형비리 사건에 선임되는 관행과 관련, “고액의 수임료를 통해 국가 사법기능을 굴절시키는 것”이라며 “이용호게이트 등 대형사건에 대해 ‘솜방망이 판결’이라는 비판이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 부장판사 등은 최근 법관인사 개혁의 한 방편으로 주장해 온 단일호봉제가 예산 문제를 이유로 기획예산처등의 반대로 난관에 봉착하자 전국 법관 1,700여명에게 e메일을 발송, 공동회의 발족에 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동회의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법원은 “개혁을 바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인사제도때문에 모든 문제가 발생된다는 주장에는 동감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도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법서비스의 향상을 위한 조치가 오로지 법관의 신분보장과 연관돼 있다는 주장은 수긍키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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