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부산의 한 고교 1학년 교실에서 한 학생이 수업 중인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은 폭력영화와 모방범죄의 상관관계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자신을 괴롭혀 온 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영화 '친구'를 40번이나 보면서 용기를 키웠고, 친구를 칼로 찌르는 영화 장면이 떠올라 식칼을 사용했다는 범행학생 진술에 사건의 성격이 낱낱이 드러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괜찮다는 관념을 무엇이 심어 주었는가. 폭력영화의 폐해가 이렇게 심각할 수도 있다는 좋은 본보기다.
우리가 이 사건을 더욱 큰문제로 보는 것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폭력서클과 관계없는 평범한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하물며 폭력조직과 관련된 학생들에게 당하는 수많은 학생들이나,폭력학생 상호간의 불화와 알력이 어떤 사건을 일으킬 것인가.
굳이 통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청소년들의 일탈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물의 폭력성과 선정성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주유소 습격사건'이라는 영화가 히트했을 때 전국에서 비슷한 사건이 경쟁하듯 터졌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조직폭력배 세계를 내용으로 한 이른바 조폭 영화가 붐이다.
'친구' 말고도 '조폭마누라' '신라의 달밤'이 연일 관람객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거기다 정치인과 검찰이 관련됐다는 금융사건에까지 폭력배 출신이 등장해 조폭을 영웅시하고 선망하는 풍조까지 일고 있다.
영화를 보고 악을 미워할 줄 아는 분별력 있는 청소년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세계도 영화와 비슷한 모습이라면 어떻게 그것을 바라겠는가.
영화와 현실의 차이를 구별하게 해주는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의 도덕적 건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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