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 백병원 이정호 교수 약물치료 병행하면 반영구적 치료효과“우리의 마음은 물질과 달라서,정신분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명상이란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양파껍질과 같은 가면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 나가는 과정이지요.”
무료 명상강좌가 열리고있다.
이정호 교수가 10년 전 우연히 명상을 접하고 이를 정신과 영역에 도입했다.
“치료자로서 벽을 느낄때가 많았습니다. 인격의 성숙을 절감하며, 저 자신부터 먼저 수양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
부부싸움이 잦은 신경증 환자, 세상을 자기 주관으로만 보거나, 너무 편협하게 바라보는 사람,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우울증, 불안증 등 노이로제 증상이 있는사람, 화병이나 소화장애나 두통 등 각종스트레스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자기 주장이 너무 강한 사람 등 성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까지도 집단 치료모임의 대상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에 익숙해 있는 정신과 의사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대신 동양심리학을 환자 치료에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마음은 물질과 달라서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요. ‘있는 그대로 본다’ ‘ 깨달음을 얻는다’ ‘ 원래의 참다운 나를 본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도록 하는 수련방법이 명상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수 천 가지가 넘는 명상방법 가운데 상계백병원 정신과에서는 힌두교의 대표적 요가 명상법인 라야(Raja) 쿤달리니(Kundalini) 명상을 시행하고 있다.
1시간 정도명상을 끝내고 나서는 도덕경 강의도 하고, 환자, 보호자들과 대화의 시간도 갖고 있다. 신체 특정부위에 어떤 소리나 단어를 암송하며 의식을 집중하기도 하고, 특별한 논리적 의미도 없는 화두를 두고 집중하기도 한다.
“특정한 명상 방법에 집착할 필요는 없어요. 어느 방법을사 용하거나 매일 조금씩 실천함으로써,나로부터 해방되고,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이 중요하지요. ”
문제는 대부분 환자들이 명상 자체에 금방 싫증을 나타내고 포기한다는 것.
“초보자들에게 눈을 감고 조금 있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30초도 못참고 왼쪽 눈을 살짝 떠 앞 사람을 쳐다 봅니다. 항상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면서 살던 환경 탓이겠지요.”
비록 잡념이 떠올라도 명상을 포기하지 말고 그대로 자연스럽게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면 된다고 그는 권한다.
이 교수는 “ 신경증 환자50명을 대상으로 30명에게는 약물치료와 명상을 동시에,대조군인 20명에게는 약물치료만 5개월 동안 실시 비교해 본 결과, 명상치료를 받은 집단이 문제해결 능력과 인지 지각 태도가 앞섰고, 우울증,불안증의 정도도 훨씬 낮았다”고 말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시적으로 올라가는 부신피질 호르몬인 혈중코티졸 수치가 크게 낮아졌다. 부부싸움이나 남에게 화를 내는 빈도도 줄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심리적으로도 변화해 사회적 지위에 대한 갈망이 줄어들고, 타인을 지배하고 조종하려는 경향이 감소하고, 자율성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미 명상의 치료 효과는 외국학계에서도 많이 보고되고 있어요. 불안이나 공황장애 증상의 감소는 물론 외상 후 스트레스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명상은 효과는 느리게 나타나나 반 영구적인 치료 결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명상도 아무 데서나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명상을 돈벌이의 도구로 삼는 사이비 도사가 너무 많아 걱정입니다.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사이비 명상은 마음의 병을 더욱 악화할 수 있습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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