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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주차단속보다 차고 증명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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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주차단속보다 차고 증명제를

입력
2001.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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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살던 장충단 공원 근처의 원룸에서는 주차를 할 수가 없었다.아내 차이지만 좁은 골목길에 거주자우선 주차장도 없고 마땅히 주차를 할 만한 곳이 없어 내 직장에 차를 두고 지냈다.

밤이 되면 골목은 차들로 꽉 차고 이중 주차도 흔했다. 차도 사람도 다니기에 불편했고 아파트에 불이 나더라도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주차장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구 1,000여만명의 도시 서울의 경우 주차장을 만들면 만들수록, 도로를 넓히면 넓힐수록 차가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다. 다른 선진국 대도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제 그 악순환과 결별해야 할 시점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에서는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수단 이용이 유리한 도시기반을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병행되어야 한다.

전자에는 환승구 정비, 환승거리 단축, 환승할인 확대, 에스컬레이터 설치, 경전철 건설촉진 등이 있겠고, 후자로는 캠페인 실시, 주차단속 강화 등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불법주차를 막기위해 일반공무원 및 소방원들에게 단속권을 부여해 집중단속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일반 공무원은 본연의 업무도 있을텐데 언제 단속작업을 한다는 이야기인가. 주 5일 근무제가 논의되고 있는 마당에 공무원이 퇴근 후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근무 중에 단속을 한다고 해도 자기 업무에 소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단속요원을 새로 뽑는 것인가. 이것 역시 세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주차단속이라는 방법으로 서울의 주차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세금 낭비가 될 공산이 크다.

일본 역시 대도시에서 불법주차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낮 동안 상업지구에 한정되어 있고 밤사이 주택가 골목이 차로 가득 차는 경우는 없다. 차고가 없으면 차량을 등록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중고차를 샀을 때 번호판을 만들기 전에 관할 경찰서로 가서 차고증명을 신청했다. 차고증명서가 있어야 차량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청한 다음 날 경찰관이 우리 집을 방문해 차고가 제대로 있는지, 다른 차와 중복사용하고 있지나 않은지를 살피고 갔다. 만약 아버지가 차를 가지고 계셨다면 차를 등록하기 위해 따로 주차장을 임대 해야 할 판이었다.

이 제도 때문에 요코하마의 주택가는 밤에 불법주차가 없다. 낮이면 방문객들의 차가 서 있을 때도 있었지만 이들이 매일 찾아오는 것은 아니어서 사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또 대부분의 기업체나 관공서에서는 아르바이트생에게 까지 대중교통비를 봉급과는 별도로 전액 지급한다.

자가용으로 다니게 되면 휘발유 값, 통행료, 주차비 모두 개인부담이 되므로 자연스럽게 직원들을 대중교통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고밀도 대도시에서 차량대수를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신규등록 차량의 감소다.

전용 차고지가 없는 차량에게는 더 이상 번호판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불필요한 차량 증가를 억제하는 한편 특별한 단속이 없이도 불법주차를 줄일 수 있다. 건설업자들에게도 솔선해서 적정한 주차장을 만들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차고지 등록제는 전국적으로 일제히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에서만 시행할 경우 차량등록은 시외에서 해놓고 시내에서 이용하는 편법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

도시의 주인은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다. 자동차업계의 반발이 거세겠지만 100년 앞의 교통환경을 내다본다면 월드컵을 앞 둔 지금이 결단의 시기가 아닌가한다.

/도도로키 히로시 일본인 서울대 지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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