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호르몬이 폐경 후 여성들에게 마치 만병통치약인 양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다.우리나라에 골다공증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폐경기 여성들에게 호르몬 치료가 활발하게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초반. 선진국에서는 이미 반세기가 넘은 치료법이다.
국내의 경우 전체 폐경 여성의 10% 내외가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지만, 최근각 병원 산부인과나 내과에 폐경클리닉이 생기면서, 호르몬 처방이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호르몬 치료 꼭 받아야 하나
임승길 연세대 의대 교수는 “호르몬 요법은 개인별로 득과 실에 대해 세심하게 따진 후 처방돼야 하지만 일부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지나치게 처방되고 있다” 면서 “아직 논란이 많은 치료법이니 만큼, 가족력, 골절 위험,콜레스테롤 수치, 유방암 발생 위험 등을 곰곰이 따져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고 말했다.
우리나라 여성은 서구인에 비해 안면홍조 등 갱년기 증상이 미약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도 상대적으로 적다고전 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폐경 여성의 약 20%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젠을 복용하고 있으나, 전체 환자의 약 70%가 첫 일년에 사용을 중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보호효과
호르몬 치료의 부작용에 대해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은 심장보호 효과 여부이다.
호르몬 치료를 권장해 온 의사들은 호르몬 대체요법이 골다공증보다는 심장병 예방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30년 간 시행된 약 40개의 임상시험에서 여성호르몬을 투여한 경우 약 35~50%의 관상동맥질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문가들은 여성호르몬 투여는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증가시키며, 혈관 벽의 지질 축적이나 심장의 비대를 억제하고, 관상동맥 혈관을 이완시켜주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외국의 한 연구 결과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어 충격을 주고 있다. 2,763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첫 1년 동안 관상동맥질환의 발생 위험이 대조군(비투여군)에 비해 무려 50%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관상동맥질환이 없는 여성이 호르몬 치료를 받았을 경우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유방암발생 위험
일부 의사들은 호르몬 요법이 유방암 발생 빈도를 크게 늘리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역학자들은 위험을 더 늘린다고 보고 있다.
스웨덴의 한 연구 결과는 장기간 사용한 환자에서 약 2.4배나 더 유방암이 발생했으며, 어머니나 자매 등 유방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2~3배, 골밀도가 높은 환자들에게는 1.5배 더 높았다는 것이다.
연세대 의대 임 교수는 “전세계 51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5년 이하 동안 호르몬 치료를 사용한 환자의 경우 유방암 발생률 증가가 거의 없었으나 5년 이상사용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더 높았다”고 밝혔다.
물론 유방암이 발생한다고 해도 호르몬 치료로 인한 유방암은 일반 유방암에 비해 악성도가 심하지 않은 편이다.
또 예방차원에서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고 있는 여성은 매년 유방암 정밀 검사를 받고 있어 조기발견이 가능해 생명을 잃을 정도의 치명적 유방암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트로겐 투여시 프로제스테론 제제와 함께 투여하면 자궁내 막암 발생 위험은 거의없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또 혈전증, 담석증의 부작용을 증가시키고 고혈압, 부종, 유방통, 생리통, 골반통, 혈관성 두통, 체중증가 등 부작용이 보고돼 있으나, 용량을 조절하면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누가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나
김정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우리는 살아가는 데 건강에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잘 균형 잡아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르몬 치료 역시 최대최소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일부 소수의 예외는 있지만 그 위험성에 비해 얻는 이점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사실 호르몬 치료로 얻게 되는 유익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장기적으로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이미 골다공증이 발생한 환자에게는 더 이상의 골손실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또 폐경기 여성의 약 50%가 안면홍조 등 급성증상이 나타나는데,약 25%는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이다.
이밖에 불면증을 없애고 숙면을 도와주며 건망증 감소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신적안정감, 치매 예방 등 정신적 효과가 높고 빈뇨, 요실금, 질염 등 비뇨생식기의 노인성 질환을 예방 치료하는 데도 효과를 발휘한다.
대장암, 직장암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호르몬 치료는 개인의 영양 상태, 흡연이나 음주, 약물복용 등과 복잡하게 작용하므로 최종 결정은 의사가 아니라 치료를 받는 당사자가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몬 치료는 일시적인 폐경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보통 단기처방을 하지만, 골다공증위험이 있다면 적어도 5년 이상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또 원칙적으로는 평생 해야 한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20일 세계 골다공증의 날
대한골다공증 연구회는 세계 골다공증의 날(20일)을 맞아 19일 전국에서 무료 건강강좌를 마련한다. 서울 YWCA대강당, 부산 롯데호텔, 대구 시민회관, 광주 상록회관에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다. 서울에서는 ‘ 골다공증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진단하나’ ‘ 골다공증의 약물치료’ ‘골다공증의 예방’을 제목으로 순천향의대 변동원, 연세대의대 이유미, 성균관대의대 윤병구 교수가 강연한다.
■골다공증을 막으려면…
뼈는 일생 동안 흡수와 형성을 반복되는 역동적인 조직이다.
뼈의 약 반은 칼슘덩어리인 무기질로 구성돼, 칼슘 섭취량이 만성적으로 낮을 경우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아동기와 청소년기에는 칼슘 요구량이 매우 높아 충분히 섭취하지 않을 경우 뼈의 성장이 제한되고, 키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또 임신기와 수유기에는 태아와 유아의 뼈 성장을 돕기 위해 어머니는 더 많은 칼슘을 섭취해야 한다.
이 시기에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여성 골다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폐경 후 발병하는 여성 골다공증은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서 뼈로부터 무기질이 빠져 나오는 질환으로 젊었을 때 칼슘만 잘 섭취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칼슘 섭취량이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성인 칼슘 권장량은 1일 600㎎인데, 대도시는 560㎎, 농촌은 500㎎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칼슘 섭취량 중 약 3분의 2를 유제품이 아닌 채소류,두류, 곡류 등 식물성 식품으로 섭취하고 있어, 칼슘 흡수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우유 등 유제품의 칼슘 섭취율은 25~40%이지만, 시금치등 채식의 흡수율은 10~30%이다.
또 맵고 짜게 먹는 습관도 소변 내 칼슘 배설량을 증가시켜, 골밀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물질은 섬유소, 수산, 피틴산, 인 등이 있는데 시금치, 땅콩 등에는 수산이 상당량 함유돼 있어 우유와 함께 섭취할 경우 칼슘 흡수율이 감소된다.
또 피틴산은 곡류, 견과류, 두류 등 주로 식물성 식품에 많이 함유돼 있어 식물성 식품 섭취가 많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가뜩이나 섭취량도 많지않은데, 섭취한 칼슘까지 제대로 흡수가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칼슘 섭취를 촉진하는 물질은 비타민 D이다. 비타민 D는 등푸른 생선, 달걀 노른자, 간장에 많이 포함돼 있으며, 햇빛을 통해서도 형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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