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평소 한산하던서울 강북의 한 구청은 갑자기 ‘난장판’이 됐다.그린벨트 해제 문제가 바로 그 원인. 자기동네가 그린벨트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소문을 들은 주민 3명이 담당 공무원을 찾아와 “이유가 뭐냐”며핏대를 높였다.
잠시 후 몰려온 다른 동네 주민들도 “우리 마을은 반드시넣어야 한다”고 손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30여분간 공무원을 닦달하던 두 동네 주민들은 “당신네동네는 말고 우리 동네는 포함돼야 한다”고 포화를 서로에게 돌리더니 결국은 멱살잡이까지 벌였다.
■ 지자체, 주민 등 ‘3인3색’
전국 각지에서 ‘그린벨트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월말 건설교통부가 사상 최대규모의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발표하고각 지자체에게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도록 한 이후, 지자체 주민 환경단체 등 이해 주체들이 ‘만인 대 만인의투쟁’에 휘말려 있다.
특히 해제구역 결정 시한인 올 연말이 다가오면서 해당 지역은 아프가니스탄을 방불케 하는 전쟁터로 변해 버렸다.
대구의 경우 그린벨트의 6.8%를 풀겠다는 시의 방침이 알려지자 기초단체와 주민들은 “모자란다”며, 환경단체는 “너무많다”며 너도 나도 반발하고 있다.
특히 그린벨트가 넓은 달성군에서는 박경호(朴慶鎬) 군수와 군의원까지 상경, 건교부와 지역국회의원을 방문해 그린벨트 해제 확대를 요구했다. 반면 영남 자연생태보존회는 “그린벨트 총면적은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지자체간 대립도 격화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은 지자체간대립 양상까지 띠고 있다. 청원군을 포함한 청주권 그린벨트 해제지역 결정권을 가진 청주시가 최근 해제안을 내놓자 인접한 청원군과 주민들이 강력반발, ‘소 지역갈등’까지 빚고 있다.
청원군 남일ㆍ남이ㆍ가덕면 등 그린벨트주민 500여명은 9월11일 청주 도심에서 군의회 의장, 군 출신 도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항의집회를 갖고 “청주지역농지는 대부분 자연녹지로 편입시킨 반면 청원지역은 건폐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보전녹지나 생산녹지로 해 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군도 이에 동조, 청주시에 대해 계획변경을 요구했다. 반면 청주시는 “건교부 기준에 따라정했다”며 요지부동이다.
부산시는 주민과 기초지자체의 그린벨트 해제 확대 요구를 적극 수용하면서 건교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기장군 죽성리 등 10개 조정지구에 대해 부산시가 해제지역을 100만평 이상 확대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건교부가 난색을 보이자 주민들은 실력행사에 나설 태세다. 서울 광주 울산 충남 등에서 해제지역을 놓고한치 양보없는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청주 경실련 관계자는 “그린벨트해제가 극렬한 지역 이기주의에 사로잡히고 있어 마구잡이식 해제가 우려된다”며 “원칙에서 벗어난 그린벨트 해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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