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올 정기국회가 내년 대선의 전초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그 중심에는 해묵은 ‘색깔론’이 자리잡고 있다.11일 이틀째로 접어든 국회 파행도 ‘색깔론’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근본 원인이다.
대선을 내다 보고 일찌감치 ‘색깔론’의 불을 지르려는 한나라당과 이 참에 아예 싹을 잘라 대선 대선 본 싸움에 색깔론의 약효가 미치지 못하도록 해야겠다는 민주당의 전략이 충돌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의 ‘색깔론 점화’의도는 10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11일 미리 배포된 의원들의 통일ㆍ외교ㆍ안보 분야 질문서에서 쉽게 확인됐다.
10일 질문에 나선 네 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현 정부의 ‘친북성’을주장했다. 11일 배포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의 요지도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다수 국민이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을뿐”이라며 대선 전략 차원의 공세라는 시각을 부정한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DJ의 후계자가 될 차기 여당 대선 후보에게 ‘색깔론’의멍에를 씌우는 데 호재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재발 방지 약속’을 내걸어‘색깔론 무력화’가 목표임을 쉽게 알게 한다.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화갑(韓和甲) 이인제(李仁濟) 노무현(盧武鉉) 최고위원 등 대선 주자들이 앞 다퉈 “한나라당이 더 이상 색깔론을 들이대지 못하도록 이번 기회에 확실히 못박고 가야 한다”며 강경론을 주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비친다.
11일 의원총회에서 동교동계인 설훈(薛勳) 의원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부친의 사상 문제를 거론, ‘역 색깔론’의 여지를 남겨 뒀다.
이처럼 여야가 내년 대선을 의식, 색깔론 점화(點火)와 소화(消火)를 노리며 맞서고 있는 탓에 현재의 정국 대치가 장기화할 개연성이 높다.
또 ‘안택수발언 파문’이 풀린다 해도 남은 정기국회 기간 또 다른 변수가 돌출할 소지도 충분해 이래저래 정국은 앞으로 험난한 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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