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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 고장 外

입력
2001.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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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고장이란 또 다른 창조의 시작임을 일깨워주고 싶었다.”

‘고장’(김병규 글ㆍ이태호 그림, 파랑새어린이 발행)의 지은이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독특하다. 하늘이 고장나야 아름다운 무지개가 뜬다니.

고장난 신호등을 보고 길을 돌아가던 센머리 할아버지. 성품이 곧은 할아버지는 고장수리가게를 한다.

어느날 ‘수리’라는 이름의, 부모를 잃은 아이를 만난다. 할아버지와 친손자처럼 지내는 이들은 고장투성이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호등, 자물쇠, 버스, 초인종, 가로등, 간판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하늘과 길까지도. 하지만 손재주가 좋은 할아버지는 고칠 수 없는 게 없다.

장편 ‘고장’과 ‘마음을 붙이는 접착제’‘세탁소 주인 강씨가 주례 서다’ ‘뚫어요 아저씨’ ‘잘난 사람이 가는 감옥’ ‘포근한 겨울 아침’ 등 단편 5편으로 구성됐다.

■우리를 잠 못들게 하는밤

아홉 번째쯤 좋은 친구로 생각하는 막스네 가족의 여행에 초대받은 앙통. 여행길이 불편하다.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는 밤’(크리스토프 오노레 지음ㆍ그웬 르 각 그림, 문학과 지성사발행)에서 앙통은 묘한 상황에 처한다.

정치적 신념이 다르기 때문에 이혼을 하는 가족의 여행에 동행하게 된 것이다. 막스는 가장 친한 친구도 아니고,자신은 엄마에 대한 기억도 없는데 말이다.

짧은 하룻밤으로 끝나버린 여행이지만 앙통은 많은 것을 깨닫고 성숙해진다.

친구나 가족은 노력을 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혼’에 대한 공포는 앙통만 느끼는 게 아니라 또래라면 누구라도 공유하는 감정일 것이다.

동화치고는 주제나 배경이 어둡지만, 요즘 어른과 아이가 처한 현실의 반영임은 분명하다. 앙통은 어른들이 생각하지못하는 아이들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나의 나무' 아래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에겐자부로(大江健三郞)의 고향 사람들은 숲 속에 ‘나의 나무’를 한 그루씩 점찍어 두고 있었다.

오에의 할머니는 ‘나의 나무’ 아래 서있으면 나이든 자기 자신을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에는 미래의 자신을 만나면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어떻게 살아왔습니까?”

그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소설을 써온 것 같다고 고백했다.

언젠가 훌쩍 나이를 먹었을 때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소설 ‘마음’에서의 한 구절처럼 말하기 위해. “기억해주십시오. 나는 이런 식으로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는 ‘마음’의 또다른 구절처럼 꿈꿨다.

“나의 고동이 멈췄을 때 당신의 가슴에 새로운 생명이 깃들게 될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오에는 글을 쓰면서 자신이 떠나간 뒤에도 젊은이들의 마음 속에 새로운 생명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오에 겐자부로가 글을 짓고 그의 부인이 그림을 그린 ''나의 나무' 아래서'는 작가가 아이들에게 자신의 삶과 경험과 사상을 강의하는 형식의 에세이다.

그는 유년기와 소년기의 경험이 삶의 과정에서 어떻게 계속됐는지 또 책읽기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전한다.

그 자신이 추억하는 어린 오에도 고향 사람들처럼 ‘나의 나무’를 갖고 있었다. 그는 나무 위에 책을 읽는 작은 집을 지었다. 읽고 싶다고 생각해서 겨우 손에 넣었는데 실제로 읽어보면 끝까지 읽기 힘든 책이 있었다.

스스로 읽는 것이 좋은 줄 알면서도 여간해서 읽어나갈 수 없는 책도 있었다. 그는 나무 위의 집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어린 시절의 책 읽기 경험은 어른이 된 뒤에도 전철안에서의 책읽기로 이어졌다.

그는 자신이 질문하고 아이들에게서 대답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통해 삶 체험을 전달한다. 에세이를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할 여지를 남겨주기 위한 것이다.

''나의 나무' 아래서'는아이들을 위해 쓰여졌지만 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함께 읽어야 할 내용이 되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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