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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실업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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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실업자의 삶

입력
2001.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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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싸움이 늘고, 술과 담배를 가까이하게 된다.'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직장에서 해고된 실업자들의 생활 모습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대우자동차 노조가 대우차 부평공장 정리 해고자와 동종 업계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달간 비교조사를 한 결과다.

응답자의 65%는 성생활 횟수가 줄었다고 답했다. 부부 싸움과 음주 흡연이 증가한 것은 돈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수입이 끊기면서 부부간 갈등이 심해졌다.

■실업의 고통은 당한 사람 개인에서 그치지 않는다. 심각한 가정문제를 초래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해고 이후 '이혼 논의' '친척ㆍ친구와 동거' '자녀 위탁' '부부 별거' 등 가족 해체의 수순을 밟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 아니다. 가장의 지위 손실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자녀들이 빗나간다.

자식과 어느새 말이 통하지 않게 되고, '눈치 빠른' 아이들은 진학을 포기하거나 휴학을 한다. 또는 군대에 간다. 그나마 탈선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술과 담배가 는다.

■복학을 하거나 제대를 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직장 구하기는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전체적으로 실업률은 낮아졌지만, 대졸 이상 고학력 실업자는 늘었다는 것이 최근의 통계다. 미국 테러 사건과 뒤이은 전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고, 일자리는 더욱 줄어든다.

■IMF 위기를 맞으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실업이다.

고속 성장을 지속해 온 우리에게 실업이란 그리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었다. IMF 체제 진입 직전 실업률은 사상 최저였다.그런데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당시 실업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사랑이었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없어지면서 그 동안 회사에 모든 것을 걸고 달려왔던 사람들이 주위를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새삼스레 발견한 것이 가족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도 사라져가고 있다. 실업자나 실업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곧 다가올 겨울이 너무 춥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급선무다. 그것이 경제비상대책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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