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오남용이 위험수위를 넘어 페니실린 등 주요 항생제들이 상당수 환자에게 전혀 효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 의약분업 이후 동네의원 등에서는 항생제 사용이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서울 시민 4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식중독 등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에 대한 페니실린의 내성률이 95%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이 균에 감염된 100명에게 페니실린을 투약했을 경우 95명은 약효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 균에 대한 에리트로마이신의 내성률은 28%, 테트라사이클린의 내성률은 22%로 각각 나타나 다른 항생제도 내성률이 매우 높았다.
식약청 관계자는 “주요 항생제의 내성률이 이처럼 높은 점을 감안하면 특정 환자는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될경우 아예 항생제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도 상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지난해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성률 조사에서도 소아폐렴, 수막염 등을 유발하는 폐렴구균에 대한페니실린의 내성률이 84%에 달했다.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장구균도 항생제중 가장 강한 반코마이신을 사용하고도 32%의 내성률을 기록했다.
항생제 내성률은 외국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다. 식약청에 따르면 병원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황색포도상구균의 메치실린 내성률(1998년기준)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70%(평균치)에 달했으나 중국은 68%, 필리핀 15%, 뉴질랜드 5%, 싱가포르 1%에 그쳤다.
복지부 관계자는 “미국 등은 이미 항생제 남용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범정부 차원의 조사와 대책을 수립하고있다”며 “늦었지만 올해말까지 전국적인 항생제 사용실태를 조사한 후 항생제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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