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산물벼(미건조벼) 수매가가 10% 남짓 하락해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가운데, 추곡수매 담당 기관인 일선농협 미곡처리장(RPC)까지 산물벼 정부 약정물량 수매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잘못된 쌀정책 때문에 농업의두 축인 농민과 농협이 모두 정부에 등을 돌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정부의 총 벼 수매량은 1,525만석으로 이 가운데 산물벼는500만석(정부 수매 250만석, 농협 수매 250만석)이다.
■농협RPC “우리가 정부 희생양인가”
일부 농협RPC들이 정부 쌀정책의 희생양으로 참아왔던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전국 RPC 올 연말 예상적자는 총320억원으로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정부가 농민을 달래느라 8월말 긴급히 200만석 추가수매를 발표하고, 그 수매물량 보관 부담을 일선 RPC들에 미룬 것이 그 원인.
특히 양곡창고가 부족한 충남북과 전남북 지역 RPC들의 반발이 심하다.
충북 청원군 오창농협 관계자는 “산물벼는 농협 자체수매로만 하기로 농민들과 합의했는데 정부가 갑자기 산물벼를 수매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이윤이 남지 않는 정부의 산물벼 수매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같이 정부 양곡수매를 거부키로 한 농협RPC는충북 주덕ㆍ제천 농협, 충남 성환ㆍ연무 농협 등이며, 일부 민간RPC 등도 수매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충북도는 정부 양곡수매를 거부하고 있는 도내 일부 농협 RPC에 대해 내년도 정부융자금을 제한키로 방침을 정했다.
도는 특히 정부융자금 제한 말고는 달리 제재 방법이 없다는 점을 들어 내년부터 더 강한 제재규정을도입하도록 10일 농림부에 건의했다.
■농민들“생산비도 못 건진다”
WTO규정에 따라 정부의 수매차액 보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적자에 시달리는 일선RPC와 생산비도 안되는 쌀값에 허덕이는 농민의 요구의 격차를 좁힐 묘안은 없는 실정이다.
현재 양자간의 수매희망가격 차이는 40㎏기준으로 4,000원 정도. 농민들은“최소 5만5,000원은 되어야 생산비라도 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농협은 “가공비용 예상판매가격 등을 고려할 때 5만1,000원이 손익분기점이어서 정부의 산물벼 수매 지시는 우리만 죽으라는 꼴”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농민 우윤식(57ㆍ충북 보은군 회북면 애곡리)씨는 “정부가 농민들을 위해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기는 커녕 농협 등 미곡처리장에 수매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농민들의 시위는 확산일로다. 충북 충주시, 청원군 등 5개 시군 농민회는 농협수매가인상 등을 요구하며 7일 각 지역별로 논을 갈아엎고 차량시위 등을 벌였고, 전남지역은 일부 시군 농민회를 중심으로 9일부터 농협지부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경남은 11일 오전 13개 농민단체로 ‘경남 쌀 대책위원회’를 발족, 강력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올해 산물벼 수매가는 40㎏ 기준으로 정부약정 수매가 6만440원(1등품),농협RPC 수매가는 4만7,500~5만6,000원, 시중가격은 4만9,000원~5만원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허택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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