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상군 작전을 위한 주요 진입 거점으로 거론되는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우즈벡은 제 10 산악사단 등 미군 배치 이후 일부 국경지역에 주민 소개령까지 내리는 등 사실상 전쟁 대비 상태에 들어갔다.미국에 기지 사용과 영공 개방을 허용한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벡 대통령은 9일로 예정한 오스트리아 방문을 전격 취소하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7일 밤 공습 개시 후 우즈벡은 아프간 접경 지역에 최고 경계 태세를 발동하는 동시에 군 병력을 증강했다. 8일 새벽에는 미 지상군이 주둔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프간 국경 50㎞ 지점의 카나바드 공군기지에서 대형 미군 수송기가 이륙해 남쪽으로 향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테르메즈 등 일부 국경 지역에는 소개령이 내려진 가운데 피란길에 오르는 주민들이 하나 둘 눈에 띄고 있다. 1979년 이후 10년 동안 옛 소련의 아프간 침공 기지로 사용된 탓에 전쟁에 익숙한 테르메즈의 한 주민은 “탈레반이 공격하면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일전불사의 의지를 표시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이타르 타스 통신은 8일 1998년 카리모프 대통령에 대한 폭탄 테러를 시도한 친 탈레반 세력 ‘우즈벡 이슬람운동’의전투부대가 정권 타도를 기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는 등 정정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아프간과 1,200㎞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타지키스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타지크는 그동안 우즈벡 보다 소극적으로 미국에 협조했으나, 예모말리 라흐마노프 대통령이 미국에 영공을 개방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탈레반의 보복이 우려되고 있다.
타지크의 국경에 배치된 러시아 제201 기계화보병 사단(8,000명)과 국방수비대(1만1,000명)는 7일 밤부터 최고 경계상태에 들어갔다. 러시아군 장교들은 “탈레반의 군사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아프간 국경 지대 보안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병 수비대는 국경인 피얀드슈강의 여러섬에 머물고 있는 1만4,000명의 아프간 난민들이 타지크로 밀려올 때 탈레반 병사들이 함께 침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탈레반은 체첸 및 우즈벡이슬람운동 소속원 등 친 탈레반계 외국 용병 5,000명 이상을 타지크 접경에 배치해 언제든지 월경 기습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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