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두산이 한국시리즈로 가는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마주쳤다. 두 팀은 지난해 7차전까지 가는, 한국시리즈 사상 최대의 혈전을 펼친 라이벌. 현대가 4승3패로 천신만고 끝에 패권을 차지했다.따라서 12일부터 5전3선승제로 열리는 2001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현대와 두산의 경기는 1년 만에 설욕을 벼르는 두산과 라이벌 대결의 필승을 다짐하는 현대가 자존심을 걸고 벌이는 한 판 승부가 될 전망이다.
두 팀의 올해 정규리그 전적은 9승1무9패의 호각세.맞대결에는 공ㆍ수ㆍ주 전력 외에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까지 숨어 있어 팬들의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감독 자존심 대결
두산 김인식(54) 감독과 현대 김재박(47) 감독이 플레이오프전에서는 어떤 형태로 기싸움을 펼칠지 주목된다. 둘 다 뛰어난 승부사이지만 김인식 감독이 선이 굵은 야구를 선호하는 반면 김재박 감독은 조직적인 야구를추구하는 등 경기 운용스타일은 전혀 딴판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김동주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두산이 엔트리 변경요청을 했지만 현대가 이를 거부하면서 불거진 양 감독의 자존심 싸움은 1차전 선발예고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2차전에서는 현대 주자가 두산 배터리의 사인을 훔쳐본다는 시비까지 벌어지는 등 심각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감정이 상했던 두 사람은 아직도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심-심 대결
지난해 시즌 직후 서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두산 심재학(29)과 현대 심정수(26)의 맞대결은 어떤 결과로 끝날까. 이적의 설움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새 팀에서 톡톡히 제 몫을 해낸 두 선수 중 누가 과연 친정 팀을 향한 최후의 승부에서 웃을 수 있을지 관심사다.
올 시즌 3할4푼4리로 타격 2위를 차지하며 우즈와 더불어 두산의 공격력을 이끌어온 심재학은 LG 시절 포함, 모두 3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출전했던 경험을 살려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앞장서겠다는각오.
후반기 들어 제 페이스를 찾기시작한 심정수도 지난해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3경기 연속 결승홈런을 터뜨리며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한 영광을재연하겠다는 의욕이 만만치 않다.
■승부의 열쇠를 쥔 키맨
‘키 맨’으로는 현대 투수 김수경과 두산 유격수 홍원기가 꼽힌다.
임선동 외에는 큰 경기 경험이 있는 믿을만한 선발투수가 없는 현대로서는 지난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거둔 김수경이 제 몫을 해준다면 선발투수 전준호 마일영 등을 셋업맨으로 돌릴 수있어 마운드 운용에 한결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김수경은 올 시즌 두 차례나 2군에 내려가는 등 난조를 보이고 있다.
두산으로선 주전 유격수 김민호의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유격수 대역을 맡고 있는 홍원기의 선전여부가 변수. 준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만만치 않은 수비솜씨에 5할의 고타율까지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했지만 아직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형편이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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