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 보복테러에 대한 경계령이 발동된 가운데 플로리다주에서 연쇄적으로 탄저병 환자가 발생해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존 애쉬크로프트 법무부 장관은 8일 플로리다주 보카 레이턴에서 탄저병으로 1명이 사망한데 이어 동료 한명도 탄저병 박테리아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애쉬크로프트 장관은 이날 “타블로이드판 슈퍼마켓신문인 ‘더 선(The Sun)’의 사진부장인 밥 스티븐스(63)가 5일 탄저병으로 사망한 데 이어 우편집배실 직원인 어네스토 블랑코(73)가 역시 탄저병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히고 “FBI가 이 신문사 빌딩을 봉쇄했다”고 말했다. 이어 애리 플레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아직 증거는 없지만 테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블랑코는 탄저병과는 관련이 없는 병으로 입원했다가 우연히 비도(鼻道)에서 탄저병 박테리아가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더 선’ 사무실에 있는 한 컴퓨터 키보드에서도 탄저병균이 발견됐다.주 보건당국은 이 건물에서 일하는 300여명 전원에게 병원에 가서 탄저병 박테리아 검사를 받도록 조치했다. 특히 사망한 스티븐스는 납치 여객기로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한 테러리스트 모하메드아타가 비행기를 전세냈던 비행장으로부터 불과 1.6km 떨어진 곳에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웹사이트 보도를 통해 “테러참사 1주일전에 더 선 사무실에 비누가루 같은 분말이 들어있는 우편물이 배달됐고 스티븐스와 블랑코가 이를 개봉한 사실이 드러났다”며테러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뉴스위크는 “같은 빌딩에 입주해있는‘내셔널인콰이어러’의 한 기자에게 지난 여름 인턴으로 일했던 한 중동출신 남자로부터 수상한 이메일이 전송된 사실에 대해 FBI가 수사중”이라고 전했다. 이 이메일은 “나는 당신에게 나를 기억하도록 놀라운 일을 남겨놓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AP통신은 “전문가들은 테러리스트들이 테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타블로이드 신문을 목표로 삼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만약 테러범의 소행이라면 막강한 감염력을 지닌 탄저병이 2명에게만 발병할 리는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탄저병은 20세기에 불과 18명만이 감염됐고 1976이후에는 발병사실이 보고된 적이 없는 희귀한 질병이다.
윤승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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