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이라크 등 제3국으로의 전선 확대 가능성을 시사해 파장이 일고 있다. 당장 눈총을 받은 이라크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과 군사 공동작전을 펼치고 있는 맹방 영국 조차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진의 파악에 부심하고 있는 형편이다.제3국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열어 놓은 미국의 논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미 대사는 안보리에 보낸 서한에서 “테러 수사는 초기 단계에 있으며 우리는 아직도 알아낼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수사결과 다른 나라나 조직이 개입한 혐의가 드러나면 언제든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 동시다발테러가 아닌 과거의 테러에까지 소급해 응징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도 서한은 미국의 자위권에 대한 원론적 설명임을 전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누차 언급한 것으로 특별할 것이 없다”며 해명성 발언을 했다.
네그로폰테 대사가 서한전달 직후 유엔주재 이라크 대사를 만나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도 발끈했다.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카타르 위성방송인 알-자지라 TV와의 회견에서 “미국은 이번 대테러 전쟁에서 이라크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한 구실을 찾고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영국의 반응은 다소 혼란스럽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부 장관은 8일 “현재 영-미간 합의는 아프간 공격에 국한돼 있다”며 부정적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테러 전쟁에서 부시 대통령보다 더 분주히 움직였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오사마 빈 라덴의 아프간 거점이 ‘처리’됐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편을 들고 나섰다.
다만 유럽 외교관들은 대체로 미국의 확전이 현실화할 경우, 국제적 대테러 연대는 와해 위기에 빠지고 이슬람 국가들은 물론 러시아와 유럽의 동맹국들도 이탈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무릅쓰고미국이 개전 이틀만에 동시다발 테러 수사과정에서 한때 제기됐던 카드를 다시 꺼낸 이유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우선 이라크를 포함한 가상 테러지원국을 압박, 미국이 가장 긴장하고 있는 추가테러에 대한 지원을 포함한 대 아프간 지원을 차단하려 했을 수 있다.
또 공습을 앞세운 개전 양상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도널드 럼스펠드 장관, 폴 월포위츠 부장관 등 미 국방부의 매파가 득세하는 조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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