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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원로 깡패가 본 요즘 깡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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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원로 깡패가 본 요즘 깡패

입력
2001.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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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서부터 20여년간 서울 영등포 일대를 본거지로 전국에 3,000여명의 ‘아우’들을 거느렸다던 김모(63)씨. 요즘도 웬만한 유흥가 주먹들에게 그의 이름을대면 “그 형님을 어떻게 아느냐”며 대접이 달라진다는 게 주위의귀띔이다.폭력배 풍토를 알아보기 위해 만난 그는 “30년전 손도끼에 찍힌 자국”이라며 3cm 이상 움푹 들어간 정수리부터 보여주었다.

그에게 요즘의 깡패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예상했던 대답이 나왔다.“진정한 ‘건달’은 없고 ‘양아치’들만 넘쳐 난다”는것.

“요즘 애들은 그저 돈만 밝히지. 돈 잘 버는 놈한테 다 줄을 서. 조직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다 싶으면 똘마니들 빼내 분가해서 뒤통수 때리는 놈도 허다하고.

내 나이 환갑을 바라보는 지금껏 수발하는 아우도 있어. 이런 유대가 없으면 그건 한낱 양아치 집단일 뿐이야.”

김씨는 최근들어 폭력조직간 구역 쟁탈전이 줄어든 이유도 설명했다. “지금은돈 나오는 구멍이 많거든.

주식이다 사채놀이다 해서 여유가 있으니 굳이 피 흘려가며 싸울 필요가 없는 거지. 요즘엔‘다 내놔’가 아니라 ‘너 반, 나 반’식으로웬만하면 타협을 해.

또 서울에 앉아서도 지방에 ‘일’ 생기면 애들 비행기 태워보내 바로 처리하는 ‘떴다방’ 관리를 할 수 있어. 옛날처럼 나와바리에 득실댈 필요가 없지.”

김씨는 조폭의 사채와 주식투자에 대해서도 “고급정보와 폭력을 동원해 결국 서민과 개미군단의 주머니를 털겠다는 것”이라며 “야바위꾼과 다름없는 창피한 짓꺼리”라고 목청을 높였다.

과거를 애써 분식하려는 그에게 “어쨌거나 어떤 형태든 깡패들은 모두 사라져야 할 사회악 아니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색다른 지론을 폈다.

“나도 별(전과)이18개나 되니 다를 게 없겠지. 물론 깡패는 모두 사라져야 하지만,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게 되나? 기질적으로 그런 애들인데.

이걸 무조건 말살하겠다며눈에 띄는 큰 조직을 죄다 잘라버리니 서민 등치고 아무 데서나 칼질하는 양아치들만 남은 거야.”

유사 이래 누구든 나이든 이들은 늘 자신의 과거를 좋게 추억하며 젊은 것들을 못마땅해 해왔다던가.

김씨는 요새는 해안 유원지를 운영하면서 가끔 찾아오는 후배들에게 용돈을 쥐어주거나 ‘사업자문’을 해주는 일로 소일하고 있다고 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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