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의 세계가 흔히 암흑가로 불리는 이유는 이들의 활동공간과 행동방식이 일반인에게는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예전의 조폭은 유흥업소나 도박장처럼 음습한 구석에서 은밀하게 기생했고 부득이한 폭력 사건이 아니면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조폭들은 유흥업소에서 음성적으로 이권을 챙기는 식의 고전적인 행태를 벗어난 지 오래다.
불로소득이나 음성수입이 많은 곳, 탈세하기 쉬운 곳은 조직폭력배가 서식하는 온상이 되고 있다. 부동산 거래에 개입해 폭리를 취하고, 경매ㆍ건설공사 입찰이나 건축자재 공급에 개입해 이권과 수익금을 독식한다.
돈과 비리가 있는 곳에도 어김없이 조직폭력배가 끼어 든다. 조직폭력배는 이렇게 해서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이제 사회의 양지로 나와 반(半)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직폭력배가 발흥하면서 이들과 결탁해 유ㆍ무형의 혜택을 누리는 주변 세력이 사회의 암적 존재가 되고 있다.
조폭은 실력자 포섭을 일종의 투자로 여기고 막대한 비용을 아낌없이 지출한다. 그 결과로 정치, 관료 사회에 비호 세력이 형성된다.
이들 비호 세력은 조폭과 철저한 공생 관계를 이루며 한번 맺어진 관계는 좀처럼 느슨해지지 않는다.
조폭은 수사당국에 의해 검거될 위험에 처하면 인맥을 모두 동원하고 심지어 수사 담당자의 지인, 친척까지 알아내 결사적으로 로비를 벌인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수사 담당자에 대한 음해, 역정보 등을 흘려 수사를 방해하고, 일단 기소되더라도 집요하게 공소 유지를 방해한다.
가능한 모든 인맥을 방패막이로 이용하므로 기업인, 정치인, 언론인, 체육인, 법조인, 심지어는 성직자까지도 구설수를 타는 경우가 생긴다.
조직폭력배를 근절하는 방안으로는 향락산업과 퇴폐풍조의 확산을 억제하고, 조직폭력배에 대한 단속과 기소 및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며, 폭력조직을 비호하는 주변세력들을 철저히 척결하는 것이 있다.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불법 자금원을 철저히 차단함은 물론이고, 피해 신고자와 내부고발자 등을 위한 제도적 보호장치를 한층 더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조직폭력배의 발흥을 근절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시급한 것은 지연, 학연, 혈연으로 대표되는 연고주의의 극복이다.
고향이나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은 권장할 일이지만 우리 사회는 연고주의가 공사 구분을 흐리고 하고 조폭이 지도층에 접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연고주의를 극복하려면 그런 풍조를 고착시킨 당사자들이 먼저 수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정치인이라면 연고를 선거에 이용하는 대신에 정책 대결로 승부를 가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도층이 모범을 보인다면 조폭의 우두머리가 형님 아우를 자청하며 유명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에게 접근할 수 있겠는가.
/조병인(趙炳仁)ㆍ한국형사정책연구원 형사사법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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