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하워 미국대통령은 1961년 퇴임사에서 역사에 남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군부와 산업의 동맹이 민주세계의 위협세력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서늘한 경고 메시지였다.
2차 대전의 영웅으로 추앙을 받은 군 출신 대통령이 스스로 이렇게 언명했으니 당시로는 대단한 충격이었다.
여기서 그가 사용한 용어가 이른바 '군산복합체'다. 이후 미국이 세계각지에서 전쟁을 수행할 때마다 이런 관점에서 보는 해석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냉전이 한창이던 1986년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블라디보스토크 선언'을 내놓는다.
자국 군사력의 일방적 감축안과 함께 군사대결체제 종식을 제의한 이 선언에 정작 당황한 것은 미국이었다.
소련의 진의를 의심하는 경계심이 발동한 탓도 있지만 경제적 타산이 한편으로 기저에 깔려 있었다. 당시 미국의 유력지들은 노골적으로 군수산업의 쇠퇴와 국가경제의 타격을 우려하는 보수 정치인들의 기고를 싣기도 했다.
■미국은 전쟁을 타고 국력을 키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1930년대 대공황을 2차 대전을 통해 종식시키며 세계최강의 군사-경제국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990년대 이라크와의 걸프전 이후 당시 죽을 쑤고있던 미국경제가 '8년 대호황'으로 이어진 것도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것이다.
비단 미국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한국전 월남전으로 이어지는 무력시대에 세계경제는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전쟁과 경제는 언뜻 물과 불의 상극관계로 비쳐진다.
이상론적으로 보면 그래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실세계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아프간 공습이 시작되자 증권 투자자들이 절호의 매수(買收)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전쟁이 경제를 일으키는 아이러니는 인류가 그만한 '대가'를 치르기 때문일 것이다. 포탄으로 쑥대밭이 되는 나라의 희생은 물론이고 평화 시에 누리는 세계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이 그 제물이 되는 것이다.
때마침 미국이 이끄는 세계경제는 불황이다.
/이종구 논설위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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