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는 지난5일 전자결제 솔루션업체인 ㈜보나텍에 9억9,000만원을 투자했다.1997년 인터넷검색기 개발업체인 네이버에 처음 투자한 이후 안철수연구소, 시큐어소프트 등 다양한 분야의 벤처기업에 꾸준히 투자해온 삼성SDS에게 ㈜보나텍은 37번째 투자기업.
경기가 좋든 나쁘든 삼성SDS가 꾸준히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그들이 ‘미래’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투자를 담당하는 삼성SDS e-솔루션 사업부 강운식 상무는 “전자상거래 솔루션과 뉴비즈니스 등 앞으로 진행해 나갈 미래사업과 관련이 있는 벤처기업에 우선 투자한다”며 “이제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방향이 단기수익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체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업체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20여개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있는 컨설팅업체인 인터네티즈의 김종범 이사도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등 비교적 경쟁력이높은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은 경제 생태계의 밑바탕 역할을 한다”며 “대기업이 살고 국가경제가 일어설 수 있도록 경쟁력있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의 밑그림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 소비자-벤처기업-대기업-국가경제를 하나로 연결하는 새로운 디지털 패러다임의 출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IT는 4차 산업”이라는 업계의 표현도 같은 맥락이다. 인터넷 서비스, 전자상거래 등 각종 인프라를 통해 기존의 오프라인 산업들과 결합한 IT산업은 시장혁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산업을 창출해 소비자와 기업, 국가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들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보고 밑바탕인 벤처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향후 세계표준이될 만한 기술을 개발한 연구기업, 세계적인 기업들과 겨뤄도 손색없는 기술력을 지닌 벤처기업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시급하다.
지난달말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서진구)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박영일 시스윌 회장은 “IT산업의 침체는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가 부족한 탓”이라며 “2005년에나 상용화할 것으로 보이는 광대역 영상 서비스 기술, 지금보다 1,000배 이상 빨라지는 초고속 컴퓨터 등 첨단IT산업에 대한 투자는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하원규 책임연구원도 이 토론회에서 “지금은 위기가 아닌 기회의 시기”라며 “IT산업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시대인 만큼 대폭발의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3년 이후에는 세계 각국이 추진하는 전자정부, 전자금융, 전자교통 정책 때문에 IT의 위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되는 신시대가 도래하는 만큼 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물론 정부도 ‘지식정보강국’이라는 큰 틀아래 나름대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정보통신부는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인IPv6, 차세대 인터넷망인 국가그리드(GRID)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산업자원부는 지난 7월 IT, BT, 환경기술(ET) 등 차세대 유망 신기술을육성해 단백질, 로봇, 광섬유 등 6개 미래기술 제품으로 결실을 보겠다는 산업기술 지도를 발표했다.
또 문화관광부도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디지털 관련 컨텐츠를 21세기의 유망한 문화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궁극적으로 관련 인력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첨단 산업에 필요한 고급 연구인력의 육성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지식사회를 앞당기기 위해서도 필요불가결하다. 교육 패러다임도 지식사회 환경에 맞춰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는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아울러 투자전문가들은벤처기업에 대한 원활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투자 관련 법규나 정책의 개정도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투자업체 관계자는 “벤처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한도를 20%로 제한해 놓으면 향후 수익성을 고려할 때 대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게 된다”며 “대기업들이 긍정적인 방향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대기업의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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