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러보복이 시작된 8일 국내 금융시장은 이상하리만큼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주가의 경우 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이 1~3% 크게 하락한 반면 국내 주가 하락폭은 0.5%에 그쳤다. 달러화에 대한 환율, 유가는 오히려 내렸고 금리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미국의 공격이 오랫동안 예고됐던 변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추가 테러가 발생하거나 전쟁이 장기화하고,전쟁지역도 중동으로 확산될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특성상, 수출,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가 급격히 악화하고, 금융시장도 충격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재경부는 테러보복 전쟁충격으로 세계경제 동반 침체가 심화, 올해 성장률이 당초 4~5%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2%대로 급락하고, 경제 회복시기도 내년 하반기이후로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보다낮은 1.6%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의 여파는 당장 전세계적인 투자 및 소비심리 위축으로 수출부진으로 이어져 성장률을 크게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주현(金注鉉) 부원장은 “미국의 소비침체와 다른 선진국시장의 수입수요 감소 등으로 올해 수출은 12억~15억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오를 경우 물가에도 주름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보복전쟁이 국지전에 그칠 경우 4ㆍ4분기 평균유가(두바이유기준)는 배럴당 20~23달러에 그치지만, 중동국가로 번질 경우 27~3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가 연평균 1달러 오를 경우 수출은 1억7,000만달러 감소하고, 수입은 5억8,00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성장추락에 이어 물가마저 뛸 경우 경기침체속 인플레이션이 중첩되는 스태그플레이션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시장도 전쟁전개 양상에 따라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증시는 보복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경우 불확실성의 제거라는 측면에서 바닥을 다지는 호재로 작용하겠지만,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9월11일 테러사태 직 후 빚어진 심리적 공황상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8일 비교적 낮은 하락폭을 보였던 주식시장도 9일 개장하는 미국 증시가 동요를 보일 경우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주가가 400선이하로 급락시 10조원이상의 2차 증시안정기금을 조성하는 등 극약처방을 준비한다는 방침이지만, 국내증시는 당분간 급등락의 불안한 양상을 보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환율시장도 당분간 불안한 움직임이 불가피 하다. 대외경제연구원은 보복전쟁이 길어질 경우 환율이 1,400원까지 폭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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