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보복 공격이 시작되면서 파키스탄과 이라크 등 중동국가에 있는 우리 교민들이 ‘전쟁과 테러 공포’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연일 이어지고 있는 과격반미 시위와 이슬람 과격 세력들의 테러 위협 등으로 준 전시 상태나 다름없는 파키스탄에서는 9ㆍ11 미 테러 이후 전체 교민 519명 가운데 이미 360명이 제3국으로 피신하거나 귀국하고 현재는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와 주변에 120명, 남부 최대도시인 카라치에 49명만이 남아 있는 상태.
달러와 비상식량 및 생수등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이들은 8일 미국의 공격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비상탈출계획 마련에 나섰다.
미국 공격에 대한 응전으로 탈레반이 파키스탄을 공격해올 것이라는 우려보다 이들을 더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은 이슬람 과격 세력들이나 오스마 빈 라덴 지지자들에 의한 내부 테러.
‘서방 국가는 물론이고 모든외국인들에 대한 테러가 있을 것’이라는 풍문까지 떠돌면서 상사원과 교민들은 여행금지는 물론이고 시위현장 등 도심지역 외출도 삼간 채 집에 칩거하며 교민들끼리 전화 연락 등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파키스탄 교민 이영철(李永喆ㆍ무역업)씨는 “테러 위협 등으로 전쟁전야 같은 분위기가 도시를 감싸고 있다”며“상황이더 나빠질 것에 대비해 항공권을 끊어 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슬라마바드와 카라치에 있는 한국 대사관과 영사관측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으나 내부 테러 등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항공권 구입과 피신 등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에어라인과 타이항공 등을 제외하곤 80% 이상의 항공사들이 운항을 중단해 항공권 구입도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사관과 교민회측은 최악의 경우 공항이 폐쇄될 경우 교민들을 육로를 통해 인접국인 인도로 피신시킨 뒤 한국으로 귀국시키는 비상탈출계획을 짜놓고 고속버스를 확보해놓고있다.
카라치 한국 영사관 직원 김탁균씨는“남아 있는 교민 상당수가 생업을 가지고 있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남아 있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며“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리다 여의치 않으면 인도로 피신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보복 공격에 반대입장을 밝혔던 이라크와 이란에 있는 교민들도 불안감에 떨고 있다.
현대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등 2개사 주재원과 공관요원 등 12명이 있는 이라크에서는 교민들이 이날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향후 추이를 지켜본 뒤 철수를 결정하기로 했다.
아프간 난민이 200만명이나 있는 이란의 800여교민들은 내부테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외출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황 악화에 대비해 비상탈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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