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떨어뜨린 것은 미사일과 폭탄만은 아니었다. 전폭기들이 칠흑 같은 아프간 상공을 누비고 있을 당시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를 출발한 미 공군 C-17 수송기 2대는 방공포가 범접할 수 없는 고공에서 구호품을 투하하고 있었다.이날 투하된 식량과 의약품 등구호품은 모두 3만7,500 상자. 겉 포장에는 성조기와 함께 ‘미국의 선물’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특히 팩으로 된 식량은 이슬람교도의 식습관을 고려해 쌀, 과일, 야채를 위주로 하고 돼지고기는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오전 8시30분까지 집중투하된 구호품은 모두 2,500만 달러 어치다. 지난 4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 원조예산으로 3억2,000만 달러를 긴급 편성한만큼 앞으로도 상당기간 ‘선물 투하’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식량 투하는 분명한 전술적목적을 갖고 있다. 미국의 공격목표는 ‘오사마 빈 라덴과 그를 후원하는 정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탈레반 정부를 국민들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이슬람권 국가들에게도 이슬람 민중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한다는 복안이다. 앞으로 계속될 폭격으로 기간시설이 파괴될 것인 만큼 이에 대한 아프간 국민의 반발을 무마한다는 목적도 있다.
이를 위해 미군은 선전전도 강화하고 있다. 미 공군 EC-130E ‘커맨도 솔로’기가 아프간 상공을 배회하며 선전용 삐라를 뿌리는 동시에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다. 아프간 인민은 탈레반 정권의 희생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선전의 주된 내용이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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