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점심식사를 같이 했던 한 30대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군요.쌍꺼풀과 보톡스 수술을 받았다는 이 여성은 미용성형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았습니다.수술후 효과 등 사소한 대화로 시작했지만, 나중엔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미국에선 보톡스 시술이 1년 전보다 25% 증가했다”는 식으로 국내 의료기술 비교는 물론 온갖 미국 통계 수치까지 들먹이는 것이었어요.
놀라서 물어보니 관심이 많아 미국미용성형외과학회지를 구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의사와 상담할 때 의사들이 놀라지 않더냐고 물으니, 어깨를 으쓱하며 하는 말이,웬만한 의학적 내용을 꿰뚫고 있어야 의사들도 더 친절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자세히 환자에게 설명해 준다는 것입니다. 또 그래야만 의사들이 수술의 부작용까지도 미리 정직하게 말해준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는 아니더라도 취재현장에서 여러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환자와 의사의 경계가 붕괴되는 것이 여기저기서 느껴집니다.
자기 건강은 스스로 관리하겠다는 적극적 건강관리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죠. 그들은 더 이상 ‘의사선생님께서 모든 걸 알아서 해 주십시요’하고 의사 처분만 바라는 소극적 환자들이 아닙니다.
의사 한 명이 하루 70~80명, 많게는 100여 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는 국내 의료 현실에서 자신의 몸을 세심히 관찰하고 의사의 진단을 받은 후 나름대로 건강 정보를 모아 병원과 의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반가운 현상입니다.
이미 임신 여부나 혈당치, 혈압, 체온 측정 등 간단한 의료검사는 스스로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불행하게도,아직도 당신은 소극적 환자시라고요. 의사가 진찰대로 가라 했을 때, 침대에 누워 멀뚱멀뚱 천정만 바라보고 있는 환자는 아니신지요.
자신의 증세를 조리있고 분명하게 의사에게 이야기하고, 적극적으로 질문도 던지세요. 당신의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증상에 대해 당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요.
유방암진단을 받았다면, 수많은 전문의 가운데 누가 가장 완벽하면서도, 최소한의 수술로 나의 가슴을 보존시켜 줄 수 있는지 정보를 모은 후 수술을 받으십시오.
해열제 하나를 골라도, 타이레놀을 먹을 것인지, 아스피린을 먹을 것인지 나름대로 약의 효능을 비교해 보고 약을 선택하십시오. 의사로부터 존중받고,무엇보다 최선의 치료를 받고 싶다면 말입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