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검찰 개혁을 논의하기로 전격 합의한 것은 말 그대로 갑작스럽다. 당장 '이용호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제 도입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정치권이 근본적 검찰 개혁에 뜻을 모은 것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한다.검찰 불신이 더 없이 깊은 판국이니 검찰 제도 자체를 뜯어 고치자는 합의는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러나 선후가 뒤바뀐 느낌을 주는 게 문제다.
검찰 중립화를 위한 제도 개혁 요구를 외면하던 여당이 먼저 논의를 제안한 동기는 이해할 만하다. 거듭된 의혹 사건의 부실한 처리에 이은 조직원들의 도덕성 시비로 '썩은 검찰'로 전락한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 불신을 해소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될 것이란 위기 의식에 따라 핵심부가 결단을 내렸다는 추측이다.
그러나 그렇게 좋은 뜻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검찰과 정권의 곤궁한 처지를 일단 벗어나고 보자는 의도를 의심할 수 있는 것이다. 제도 개혁의 내용을 놓고 야당과 지루하게 다투다 보면 의혹 사건의 급한 불이 꺼질 것으로 기대할 법하다.
야당으로서야 결과에 관계없이 제도 개혁 논의를 통해 검찰과 여당을 계속 압박하는 상황을 마다 할 리가 없다.
문제는 이 틈에 의혹의 진상 규명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은 점이다. 정치권이야 저마다 노린 성과를 거둔 것에 만족할지 몰라도 국민은 그럴 수 없다. 국민이 국가 제도 운영을 맡긴 이들이 국민의 돈을 축 내는 금융사기를 돕고 감싸준 의혹을 다시 그들이 제멋대로 대충 덮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검찰을 바로 세우는 제도 개혁은 긴요하다. 그러나 국민적 의혹 규명부터 해야 한다. 정치권이 그런 의지가 없다면, 어떤 제도 개혁도 검찰과 나라 꼴을 바로 잡을 수 없다. 검찰을 이 모양으로 만든 것은 바로 정치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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