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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대전 / 이상석기자 아프간국경르포- 폭풍전야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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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대전 / 이상석기자 아프간국경르포- 폭풍전야 정적

입력
2001.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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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북서부 최대의 도시 페샤와르에서 북서쪽으로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향해 달려가는 택시 안에서 현지 안내원 나심 에자즈는 마치 내기를 하자는 듯 기자에게 물었다. “이렇게 험준한 산악지역을 오가는 오사마(사자라는 뜻)를 미국이 잡을 수 있겠습니까, 못 잡겠습니까.” 그는 자신의 질문에 “어림도 없다”며 스스로 답을 했다.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거무스레한 돌과흙으로 뒤덮힌 산봉우리가 도로 양쪽으로 비켜서 있다. 속리산의 말티 고개처럼 꾸불꾸불한 도로를 따라 페샤와르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가량 달려 도착한 이곳은 옛날부터 아프간과 파키스탄을 잇는 요충지인 ‘카이버 패스.’ 서쪽으로 언덕 아래 2km지점이 아프간-파키스탄의 주요 관문인 ‘토르크햄’인데,지난달 말부터 아프간인의 입국이 봉쇄됐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곧장 3~4시간을 달리면 최근 말라리아가 창궐하고 있다는 낭가하르주 주도 잘랄라바드.아프간 수도 카불은 거기서 7~8시간을 더 가야 한다.

카이버 패스의 ‘미치니’검문소에서망원렌즈를 통해 내려다 보는 토르크햄에도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다. 한 때 2만여 명의 난민이 토르크햄 반대편에서 파키스탄으로 들어오기 위해 줄을서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단념을 하고 돌아간 상태라고 한다.

100여 명의 수비대 병력을 지휘하는 사이드 모하메드 미치니 검문소장은“극히 일부 난민들이 계곡을 따라 파키스탄으로 숨어 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제한된 병력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가끔 아프간 쪽으로 향하는 픽업 트럭에는국경 양쪽을 자유자재로 왕래할 수 있는 카이버 특별자치구의 주민들이 타고 있다. 이들은 파키스탄이나 아프간을 비자 없이 오갈 수 있는 특수한 신분의사람들이다.

아프간의 다수 인종인 푸슈툰족인 이들은 독자적인 ‘지르가’(부족장 회의)와 ‘슈라’(이슬람 종교 지도자 회의) 등을 운영하며 완벽한 자유를 누린다. 안내원인 나심은 ”아프간 국경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걸쳐 형성돼 있는 자치구에 750만 정도의 부족민들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미치니 검문소 동쪽의 소도시 랜디코탈에서 만난 하지 파잘하크(55)씨는 “미국 테러에 이은 국경폐쇄로 이곳의 경제 활동이 완전 정지된 상태”라면서 “아프간에 하루 빨리 평화가찾아올 수 있도록 세계 각국이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탈레반 정부는 최근 영국 선데이 타임스여기자가 아프간 여성 전통의상인 ‘부르카’를 입고 자국으로 잠입한데 자극받아 국경을 넘어오는 여성들은 부르카를 벗도록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아프간여성들에게도 부르카 의무 착용 조치를 일시 유예했다고 이곳 소식통들이 전했다. 부르카는 눈만 남기고 모두 가리도록 돼 있는 여성복인데 우리 돈으로1만2,000원 정도면 구할 수 있다.

아프간 쪽을 보니 험준한 산들이 병풍처럼둘러서 있다. 아프간이 보통 3,000~4,000m 높이의 산악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생각나면서 이런저런 의문이 고개를 든다.

미국은 저 험한 산 속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빈 라덴을 찾아낼 수 있을까. 험한 산세를 이용해 외세를 몰아냈던 아프간인들은 이번에도 초강대국인 미국을 물리칠수 있을까. 도무지 쓸모라고는 없어 보이는 저 산들은 아프간인들에게 과연 축복인가, 저주인가.

이상석기자

behapp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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