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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 개혁 다시 "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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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 개혁 다시 "원 위치"

입력
2001.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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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에 대한출자총액 규제를 사실상 폐지키로 한 것은 재벌감시의 주무당국마저 대세에 투항했음을 의미한다. 연초부터 시작된 재계의 개혁완화 맹공에 경제총괄 사령탑인 재경부까지 가세하면서 결국 공정위도 백기를 들고 말았다.이것은 한마디로 더 이상의 개혁은 커녕 환란 후 국민적 합의의 토대 위에 쌓은 재벌개혁의 공든 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일만 남았음을 시사한다.

출자총액제가 폐지되면 재벌기업의외부투자가 무제한으로 허용된다. 시장경제 하에서 기업의 투자행위를 공권력으로 제한하는 것은 물론 반 시장적 규제다.

언젠가는 풀어야 할 과제임이 틀림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우리의 자유경쟁체제가 그만큼 성숙했는지, 문어발 확장이 여전한 재벌에 무한 자율권을 넘겨주어도 될 계제인지근본적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경기활성화 차원에서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테러 여파까지 겹친 불황국면을 투자 활성화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정부당국도 여기에 출자총액제 폐지의 당위성을 꿰어 맞추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득실효과가 불투명한 임기응변책이라는 데 있다.

출자총액제가 투자 걸림돌이 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것을 우리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 제도를 없앤다고 해서 우리 경제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투자가 기대만큼 일어날 것인지우선 의문이다. 더욱이 투자는 양적 규모에 앞서 질과 내용의 건전성이 중요하다.

이에 관한한 재벌들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얻지못하고 있다. 재벌 입장에서는 위험분산과 확장을 위해 사업다각화용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국가경제에 정작 긴요한 것은 미래 성장잠재력에 직결되는본원적 투자다. 집중화 및 전문화를 위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투자는 출자총액제한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결국 출자총액제 폐지는 한개의효과, 그것도 석연치 않은 효과를 기대해 열개의 안전판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재벌의 무분별한 투자가 또다시 어떤 후환을 몰고 올지 정부는 사려 깊게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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