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가 미국 지원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이슬람 종교계와 함께 정권의 다른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을 돕지 않을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필수적인 술탄 공군기지를 제공하게 되면 ‘형제 이슬람국가를 공격했다’는 비난이 야기돼 정권이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자 ‘사우디 왕가(王家), 진퇴양난’ 제하의 기사에서 “사우디(정권)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가 지금까지 한 ‘지원’은 미군기의 영공통과를 허용하고 아프간 탈레반 정부와의 외교관계를 단절한 것이 전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갈 경우 국민적인 반발이 어떤 식으로 폭발할 지 알 수 없다.
사우디 왕가가 18세기부터 채택해온 와하비즘(이슬람 청교도주의)의 계명은 비이슬람교도가 이슬람교도를공격하는 것을 돕는 행위는 배교(背敎)이며 사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사우디 국민들의 반미ㆍ반정부 감정은 특히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군 주둔이시작되면서 높아졌다. 민심악화에는 심각해진 실업문제 등 경제적 불평등과 3만 명의 왕가가 정치와 부를 독점하는 데 대한 불만도 큰 몫을 차지한다.
한 지방 공무원은 “9월11일 테러 이후 지방의 이슬람 사제들은 그 어느때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모스크(이슬람 사원)는 정열적인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있다.
젊은이들은 ‘(서양) 십자군에 대항해 그들(오사마 빈 라덴과 아프간)을 방어해야 한다’며 탈레반을 찬양하고있다. (정부는) 이미 손상을 입었다. 그들은 현체제, 경제적 불평등, 불의, 폐쇄적인 정치에 저항하고 있다”고전한다.
최근 인터넷에는 “들어라, 왕족들아. 우리도 인간이다. 너희들은 인민의 돈을 도둑질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너희들의 피를 마시고 싶어한다”는 글이 올랐을 정도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사우디 반체제인사 사드 알 파키씨는 “사람들은 사우디가 (미국을) 도와 (아프간에 대한) 공격이 시작될 경우 (사우디) 정권을 타도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당하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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