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의 지중해 기행/ 안데르센 지음ㆍ예담 발행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이 지중해 여행길에 오른 것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비평가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한편으로 그의 가슴 속에는 새로운 것을 보고 싶어하는 열망이 있었다. 그는 1840년 10월의 마지막날 모국인 덴마크를 출발해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거쳐 터키와 흑해, 다뉴브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는 처음 경험하는 독일에서의 철도 여행에 경탄한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궂은 날씨 때문에 병을 앓을 정도로 시달렸다.
그리스 여행길에 오른 안데르센은 신화와 전설 속에서 배운 희랍을 기대했지만, 막상 그를 맞은 것은 폐허와 돌무더기였다.
그리스가 누렸던 영광은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안데르센은 “동방을 여행하는 데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여행기에 적었다. 그에게는 그 상상력이 풍부했다. 그것은 다행스런 일이었다. 고전 교육의 도움을 받았던 그리스 여행과달리 동방은 낯선 곳이었기 때문이다. 안데르센은 상상력에 힘입어 터키 콘스탄티노플의 이국적인 신비를 한껏 누릴 수 있었다.
그는 여행 중 언제나 속내를 나눌 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장교가 되고 싶다던 헝가리 소년, 터무니없는 마차삯에 자존심이 상한 무어인, 콘스탄티노플에서 강도를 당한 뒤 동방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을 저주하는 러시아인 등 그가 만난 사람들은 성큼 마음에 와닿는 친근한 모습이었다.
안데르센은 눈으로 바라본 풍경과 몸으로 겪은 경험, 함께 부대낀 사람들을 글로 옮겼다. 그의 9개월간의 여행은 ‘미운오리새끼’ ‘인어공주’같은 자신의 사랑스런 동화만큼이나 순수한 열정과 환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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